핸드폰을 잃어버리며 깨달은, 더 소중한 ‘아이의 눈빛’
핸드폰을 잃어버리며 깨달은, 더 소중한 ‘아이의 눈빛’
  • GBN뉴스
  • 승인 2021.06.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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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얼마 전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며칠 내내 마음고생을 했다. 필자는 중증 청각장애로 핸드폰이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수어를 모르는 비장애인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핸드폰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에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입력해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바삐 움직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등원 등록 QR코드를 인식하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다. 이게 웬일인가. 핸드폰이 가방에도 없고, 입고 있던 겉옷에도 없었다. 항상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데, 유난히 안아달라고 재촉하는 아이를 마다할 수 없어 가방에 넣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보니 역시 없었다. 출근 시간이 임박해져 발길을 돌려 회사로 향했다.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늘 손에 쥐고 다니던 핸드폰이 막상 없으니 허전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수어 통역사에게 요청해 핸드폰 대리점에 방문해 분실신고를 하고 경찰서에도 접수했다. 인터넷으로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해보니 어린이집 부근이었다. 핸드폰이 없으면 업무와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고 어린이집 근처에서 다시 꼼꼼히 찾아봤다. 핸드폰에 발이 달린 건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핸드폰이 없던 그 날 밤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핸드폰이 없게 되자 아이와 눈을 맞추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다음 날 아침 기상시간을 미리 알람으로 맞춘 후에 머리맡에 두던 핸드폰이 없어서 조금 걱정되었지만, 걱정은 잠시뿐이었다. 늘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나는 예준이가 있기에. 보통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일어나는 예준이와 비슷하게 일어나 출근준비를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손목시계를 수시로 보면서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을 챙겼다. 아이와 마주 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

“이 빵, 어때?”

“(수어로) 맛있어~”

이렇게 우리만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침 식사는 금방 끝난다.

카드지갑을 가방에 넣었는지 확인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에 화분들이 있는데 평소에 개미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가다 말고 주저앉아 화분 사이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내 눈앞에 핸드폰이 나타났다. 그렇게 찾고 또 찾았던 핸드폰이 맞았다. 아이의 손에 들려져 있던 핸드폰을 보고도 믿기지 않아 다시 살펴봤다. 알고 보니 핸드폰을 잃어버렸던 날에도 아이와 같이 쪼그려 앉아 화분들을 보는 사이에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굴러떨어져 화분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길이 약간 경사진 곳에 있어 핸드폰이 화분 밑에 쏙 들어가 버린 바람에 내 시야에서 안 보였던 것이다. 역시 아이의 눈높이는 어른과 다르구나 싶었다. 새삼 핸드폰을 찾아다 준 아이가 고마웠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핸드폰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핸드폰을 더 들여다본 나를 돌아보며 아이의 눈빛을 더 많이 읽으리라는 반성의 마음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고마워, 소중한 것을 찾게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