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라도 나누면 큰사랑이 됩니다”
“작은 것이라도 나누면 큰사랑이 됩니다”
  • 관리자
  • 승인 2005.03.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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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누가회 백은성 간사, 주부 진옥임씨 쓰나미 피해지역 봉사 통해 희망 일궈


기독의료인 선교단체인 한국 누가회의 백은성 간사(군포제일교회 부목사)와 주부 진옥임씨는 지난 1월 쓰나미로 고통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방문 의료와 방역 구호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현지에 가서 직접 경험한 그들의 모습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쓰나미’의 고통은 조금씩 치유 되고 있다.

국내외 재난 지역에 긴급구호를 펼치는 글로벌 케어 회원으로 고통의 땅을 찾아 보고 돌아온 백은성 간사와 비록 주부로서 큰 힘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음식 만드는 일이라도 돕겠다는 마음으로 그 현장에 함께한 진옥임씨를 만나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어떻게 인도네시아 해일지역에 가게 되었습니까?>

백은성: 저는 누가회의 간사(군포제일교회 부목사)이며, 글로벌케어의 회원입니다. 이번 아시아에 쓰나미가 발생하자 글로벌케어는 늘 하던 대로 의료, 구호팀을 구성하였고, 저 또한 당연히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희 팀은 경기도 봉사팀과 함께 1월5일부터 약 한달 간 3차에 걸쳐 의료와 방역, 구호를 위한 팀을 만들어 현지로 들어갔는데 저는 1차팀으로 다녀왔습니다.

<가정주부로 어떻게 구호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까?>

백은성 : 그건 제가 부연설명을 해야겠네요. 제가 1차팀으로 가서 보니까 그곳 상황이 많이 열악했습니다. 지역이 적도 근처라 매우 더웠고, 물도 많이 부족했죠. 시장도 형편없었습니다. 이미 들어와 있는 국내외 여러 팀들을 보니 사발면과 햇반, 시리얼 등을 먹고 있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구호팀들이 먼저 지치고 병들게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경험 많은 단장님이 구호팀을 위해 적절한 식사를 해줄 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셨습니다. 그런데 가정주부로 20여일 이상을 나와서 봉사할 분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제가 섬기는 교회 담임 목사님께 부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진옥임: 쓰나미로 인해 남부아시아 지역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방송을 보고 알았는데, 주일 저녁예배 때 목사님께서 인도네시아를 위해 기도를 요청하셨습니다. 그리곤 예배 후에 목사님께서 제게 그곳에 가서 봉사하지 않겠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저는 외국에 나가 본 적이 없어서 무척 두려웠습니다. 제 딸들도 그곳이 위험하다며 말렸습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어떤 뜻이 있어서 저에게 권유하셨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크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현지에 나가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팀들을 위해 음식 만드는 것쯤은 할 수 있겠다 싶어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떠나는 날 새벽예배 때 기도 받고 담대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반다아체의 상황이 어땠습니까?>

진옥임: 해일이 마을 전체를 모두 쓸어가 흔적도 남아있지 않더군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로 무너진 가옥과 건물 밑에서 많은 시체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눈물만 날 뿐이었습니다. 난민촌들도 진료팀을 따라 가서 보았는데 형편없었습니다. 거의 전쟁터 수준이라고 할까요?

백은성: 반다아체는 지진 진앙지에서 매우 가까운 지역으로 해안에서 3Km안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고, 6Km까지는 대부분이 망가졌으며, 그 피해가 12Km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반다아체를 돌아보면서 함께 갔던 일행들은 아마도 이만한 재난은 앞으로도 있기 어려울 거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곳에서 주로 한일은 무엇입니까?>

백은성: 저는 1차 팀이었기에 진료할 장소들과 구호팀이 머물 장소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아체주의 주립병원인 자이날 아비딘 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진옥임: 저는 2차, 3차팀과 함께 했는데, 병원이 많이 복구되어서 더 어려운 난민촌 중심으로 진료했습니다. 약 4,000여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방역팀은 난민촌 곳곳을 방역했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큰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았죠.
하루 일과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짧게 예배드리고, 7시에 밥을 먹고 의료진들이 나가기 때문에 저는 새벽부터 아침을 만들어서 봉사팀을 보내고 뒷정리를 한 뒤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점심을 만들어 현장으로 날랐습니다.

점심 식사는 팀이 먹을 것보다 훨씬 많이 해 그곳 주민들, 특히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주민들이 처음에 우리를 경계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먼저 그들과 친해지려고 했습니다. 그 후에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짓고 봉사팀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그리고 간식도 간간이 하여 봉사팀들의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픈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웃음)


<그곳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진옥임: 그곳 사람들은 너무도 순박했어요. 엄청난 재난이 일어났는데도 그렇게 슬퍼하거나 좌절하는 사람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눈이 너무 맑고 깨끗했고 그 아이들이 저보고 엄마라고 부르며 좋아했습니다. 구호팀이 의료와 방역을 할 때면 고마워했고, 난민촌 중심으로 천여 가구에 쌀과 식용유를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만찬을 하여 우리와 주민들이 함께 마음을 나누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며 아쉬워했습니다.

백은성: 해일에 의해 쓸려간 마을에서 자신의 집조차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마을과 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주민들도 있었고, 치명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일상과 복구에 열심이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반다아체로 가는 호주 군수송기에서 출발 전에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올라와서 한 ‘고맙다’는 말이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백은성: 반다아체로 들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대사관과 군의 도움으로 어렵게 들어가면서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가 얼마나 주밀하게 준비되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에는 치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다아체를 돌아보면서는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고, 삶이란 축복이며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옥임: 개인 경비까지 지원해 주시면서 봉사할 수 있도록 파송한 군포제일교회에 속한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가진것이 없고, 할 줄 아는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감사가 행겼습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진옥임: 물론 가야죠. 가기 전에는 많이 망설였는데, 가서 보니까 제가 꼭 필요한 형편이었습니다. 팀원들이 모두 못 먹고 고생해서 살이 쪽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는데, 저 때문에 비만이 되어서 간다고 투덜거리더라고요.(웃음)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의료지원단 격려오찬’에서 도지사님과 국장님이 저보고 이제는 팀이 완벽하게 구성되었다며 다음에도 꼭 가셔야된다고 했을 때 그러리라고 대답했습니다.


-후기-

지난 2월 22일에 이들을 위한 ‘인도네시아 의료지원단 격려오찬’이 경기도 수원에서 있었다. 손학규경기도지사, 김근태복지부장관, 최응식방역협회회장, 박용준의료 지원단장, 글로벌케어의료팀, 방역협회팀, 도청팀 등 약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손학규도지사는 여린 여자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한 점과 의료지원팀의 봉사 등 그곳에 간 팀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그들의 수고에 감사했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일반인으로 봉사를 하고 온 진옥임씨가 도지사, 복지부장관, 샘안양병원장, 의료지원단장, 방역협회회장들과 메인 자리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정리 | 장은경 기자 (2005.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