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협동 학습 많을수록 성취도 떨어져… ‘경쟁 부담’이 원인
한국, 협동 학습 많을수록 성취도 떨어져… ‘경쟁 부담’이 원인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2.01.03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가원, OECD ‘국제학업성취’ 결과 비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교에서 학생 협동 학습을 강조할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학생은 오히려 학업 성취도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생 간 경쟁이 심하고 협동 수업의 평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주요 상위권 국가인 대한민국,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일본, 핀란드 등 5개국을 비교·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2018년 PISA 학생 설문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학교에서 협동학습 등 학생 간 협동을 강조한다’는 응답률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높았다. 평가원에서 분석한 상위권 5개국 중에서도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협동수업과 같은 학교 내 협동 분위기가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원이 5개국의 학교 내 협동 분위기와 학업성취 관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만 협동 분위기가 학업성취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들은 협동 분위기가 학업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평가원은 지나친 경쟁은 완화하고, 평가를 내실화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특히 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이 극심하고, 협동과정의 평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며 “협동학습 과정과 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경쟁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우리나라 학생들은 교사가 피드백을 해준다고 인식할수록 읽기 성취도가 낮게 나타났다”며 “교사의 피드백이 적절하게 표현되거나 활용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반면 싱가포르와 일본 등에서는 교사의 피드백이 학생들의 읽기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우리나라 교사들의 피드백이 주로 학업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질타하거나,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피드백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학생의 정서에 공감하며 학습을 독려하는 피드백이 필요하다”며 “또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에 따라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모 지위·경제력에 따른 학습 격차 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10여 년간 하락했는데, 부모의 지위나 경제력에 따라 그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모 교육 수준 등 학생 가정 배경을 알 수 있는 변인 지표인 ‘경제·사회·문화적 지위 지표’(ESCS)에 따른 학생들의 영역별 성취도 평균을 산출하고, 2009년과 2018년 PISA에서 그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은 일본, 핀란드와 함께 9년 동안 읽기, 수학, 과학 세 영역의 평균 성취도 점수가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SCS 최하위 10% 학생들의 평균이 상위 10%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읽기’ 영역의 경우, 한국은 ESCS 상위 10% 성취도 평균이 2018년 9년 전 대비 26.1점 하락했으나, ESCS 하위 10%는 31.7점 떨어졌다.

‘수학’도 ESCS 하위 10%가 21.13점 떨어져 상위 10%(-19.77점)보다 큰 하락 폭을 보였다. ‘과학’ 성취 점수도 하위 10%(-25.7점)가 상위 10%(-17.2점)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ESCS 하위 10% 학생들의 성취도 평균 점수 하락 폭은 읽기, 과학, 수학 영역 모두에서 전체 평균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그 결과는 격차 확대였다. 2018년 ESCS 상·하위 그룹 간 격차는 수학 영역 110.9점, 과학 영역 96.2점, 읽기 영역 95.9점으로 벌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가정의 배경에 따른 학력 격차가 더 심화됐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경우 전반적으로 ESCS에 따른 성취 격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며 “우리나라는 읽기, 수학, 과학 모든 영역에서 상·하위 모두 하락했고, 읽기 영역 하위 10% 집단의 하락 폭이 그중 가장 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수치적인 학력 저하 현상은 사회 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전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애초 상위권 학생들의 절대적인 수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연구진은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 하락에 따른 읽기, 수학, 과학 영역 상위권(3수준 이상) 학생 비율의 감소로 인한 영향”이라며 “전반적인 학력 저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되, 학생들이 처한 사회 경제적 배경과 교육 환경에 맞춰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