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았습니다-봉사가 즐거운 김쌍예·김쌍분 자매
만나보았습니다-봉사가 즐거운 김쌍예·김쌍분 자매
  • 관리자
  • 승인 2005.03.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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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중독’그 이름은 자원봉사

-자원봉사에 빠진 쌍예, 쌍분씨, 독거 시각장애인 가정 찾아 미용봉사



넉넉하지는 않지만 믿음이 있는 어머니와 성실한 아버지, 단란한 가정에서 성장한 김쌍예, 김쌍분 자매. 얼굴만 똑같이 닮은 것이 아니라 웃음이 많고, 싹싹하고, 긍정적인 성격까지 닮은 자매는 2003년도 처음 군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올 때도 함께였다.

결혼 전에도 오랜 시간, 미용 일을 하면서 쉬는 날이면 인근 고아원을 찾아가 미용봉사를 해왔던 두 사람은 일년 간격으로 결혼을 하고 아기를 키우면서 잠시 미용 일을 쉬고 있던 중, 의기투합 미용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나섰다.

2003년 7월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매월 둘째 주에는 시각장애인 부부의 가정이나 독거시각장애인 가정을 찾아가 미용봉사를 하고, 마지막 주 화요일엔 복지관내에서의 미용봉사와 더불어 재가중증장애인 가정에 전하는 도시락 배분, 수거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인터뷰 내내 ‘봉사’라는 말이 너무 불편하다며, ‘그저 그렇게 안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시간이 있고, 기술이 있어서 하는 것 일뿐’이라고 자매가 입을 모은다.
초기에는 복지관 방문이미용서비스 일정에 맞춰 장애인가정들을 찾아갔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시각장애인들은 언니인 쌍예씨를 주로 찾고 일반 중증장애인들은 동생인 쌍분씨를 찾아,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가정이 정해지게 됐다.

방문 이미용서비스를 기다리는 것은 장애를 가진 어르신이나, 독거어르신 뿐 아니라 쌍예, 쌍분 자매도 마찬가지. 머리를 자르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으며 사랑도 나누고,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열매를 넣고 달인 차를 먹이시려고 애쓰시는 모습, 봉사를 마친 후 집을 나설 때면 아쉬움에 잡은 손을 놓지 않으시는 분들, 복도 끝에 이르러 뒤 돌아보면 보이지 않는 눈으로 문 앞에서 손을 흔드시는 모습들. 그런 과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두 자매는 다음 방문일정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자원봉사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이며 너도 나도 아닌 우리를 위해서 하는 것이란 말이 생각난다.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내어 놓는 것, 자원하여 그렇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심정, 두 자매의 마음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쌍예씨 눈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눈물이 글썽거린다.

“사실은 저희 어머니가 시각장애인이세요, 저희가 중학생일 때 어머니가 수술을 하셨는데 그 후유증으로 점점 시력이 약해지더니 전혀 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라고 말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두 자매가 나이어린 때라 어머니께 수술을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도 못해본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는 두 자매. 밝고 명랑한 두 자매의 가슴에 묻어 두었던 아픔이 전해져 왔다.

자신의 몸 어딘가가 다치고 썩어 들어가도 그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안타까운 일인지 지금도 미용봉사를 하면서 ‘시각장애인’이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고운 심성의 두 자매를 잘 키우신 어머니는 지금도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서 건강한 노후생활을 하고 계신다.

소박하지만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두 자매의 가족들 역시 봉사에 관심이 많아 기회 있을 때마다 복지관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고, 남편들은 아내들의 이런 ‘아름다운 행보’를 ‘기특해 한다’고 행복한 가정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동생 쌍분씨가 봉사활동하며 느낌 점은 복지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참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복지사는 천직인 것 같아요, 꽃같이 아름다운 선생님들이 시각장애인 가정들을 방문해 그 고운 손으로 길게 자란 발톱을 가위로 다듬어 주거나, 집안 구석구석 쌓여있는 오물들을 치우면서도 일상처럼 편안하게 일하는 것을 보면,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껴요. 어려운 일들이 분명 있을 텐데, 항상 웃고, 봉사자들에게 잘해주세요, 제 큰 아이는 지금 중학생인데, 장래희망이 복지사예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독, 자원봉사에 빠진 명랑하고 밝은 두 자매의 가정을 통해 자원봉사의 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권연순 기자 (2005.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