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들 예준이가 밀고 있는 유행어가 하나 있다. 입 모양을 보면, 작은 체구로 두 팔을 들어 올리면서 ‘할 수 있어!’라고 외치며 나에게 말해준다. 그 한 마디에 박카스 열병을 마신 듯 한 힘이 불끈 솟는다. 이게 바로 가족의 힘이라는 것을 느낀다. 워킹맘으로 한창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이어서 그런지 할 수 있다는 말이 더욱 위로가 되고 마음도 든든하다.

예준이는 엄마의 직장생활로 인해 어린이집에서 하루 종일 지낸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마음 졸이던 중 최근 회사를 이직했다. 집과 가깝고, 또 어린이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회사이다. 그래서 전보다 더 여유롭게 어린이집을 보내고, 더 일찍 집에 오는 생활 패턴이 되었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예준이는 엄마와 더 느긋하게 헤어지고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린이집 생활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예준이를 생각하며 나도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요즘이다.

세상 속에서 ‘청각장애’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마주하는 차별을 헤쳐나가며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무척 고되고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에 비하면 별일이 아닌 듯하게 느껴진다. ‘할 수 있어!’라는 아들의 한 마디에 오늘을 살아내는 힘을 충전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야무진 입매와 우렁찬 눈빛, 그리고 또박또박 보여주는 아들의 입 모양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팔불출 엄마라고 해도 좋다.

엄마로서 하루를 살아가는 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육아다. 육아는 어른도 힘들어하는 고강도 육체노동과 같다. 하지만 내가 장애를 가졌음에도 지금 충분히 육아를 하고 있다. 이렇듯 장애라는 테두리 안에서 육아를 보는 것보다, ‘함께 키우는 일’, ‘함께 성장하는 일’에 더 많은 시선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