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의원 졸속 입법 우려…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해야”
한경연 “의원 졸속 입법 우려…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해야”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2.06.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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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하지 못한 입법 사례 미연에 방지해야”
ⓒ한경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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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안 발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해 내실 있게 법률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정부 입법에 대해 규제가 국민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규제영향분석이 제도화돼 있지만, 의원입법의 경우 규제관리와 관련한 제도가 미흡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8일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과잉·졸속입법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법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제도적 보완 장치로서 입법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발의 법률안이 증가하게 된 것은 제17대 국회(2004~2008년) 때부터다.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법률안 발의 및 처리실적을 분석·공개하면서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의 숫자는 제17대 국회 6387건에서 제18대(2008~2012년) 국회 1만2220건으로 약 2배로 증가했다. 이후 ▲제19대 국회(2012~2016년) 1만6729건 ▲제20대(2016~2020년) 국회 2만3047건 ▲제21대(2020년~) 국회 1만5106건(올해 6월 20일 현재)으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보고서는 다만 “지나치게 많은 법률안이 발의되면 부실하게 심의·의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폐기법안도 늘고 있다. 지난 1996~2000년 15대 국회 당시 의원발의 법률안의 가결률은 40%였는데 17대 국회에서 21%로 낮아졌고, 21대 국회 현재 10%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과잉·졸속·부실 입법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보고서는 의원입법 중 ▲면세점 특허 기간 단축으로 발생한 해고와 혼란 ▲윤창호법 위헌 ▲게임 셧다운에 도입과 폐지 등을 들었다.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한 관세법 개정 이후, 재심사 탈락 면세점의 강한 민원 제기 등 부작용에 대해 면세점 추가 선정 등 미봉책으로 대응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법정형을 강화하는 국회의 도로교통법 개정, 일명 ‘윤창호법’은 헌법재판소가 2회 이상 음주운전에 대한 일정한 시간적 기준 제시와 법정형의 세분화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게임셧다운제는 국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킨 대표적인 규제다. “모바일 게임은 규제하지 못하면서 산업의 글로벌 성장잠재력을 잃게 만든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는 평가 속에 지난해 11월 폐지됐다.

한경연 조경엽 경제연구실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속전속결로 입법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도 산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 없이 법안이 마련된 졸속입법 사례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기업 규제 입법이며, 조속히 개선되어야 하는 규제”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일각에서 입법영향분석제도가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입법권을 침해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입법영향분석은 어떠한 법률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집행 가능성이나 현실 적합성은 따져보았는지, 어떠한 재정적 효과를 초래할지, 수범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나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법률 시행 전에 검토하자는 것”이라며 “입법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주체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임을 원칙으로 하고,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 국회 소속의 입법지원조직이 입법영향평가서 작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