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비 병상 수, OECD 평균의 3배… “4년 뒤 병상 4만개 과잉” 전망
인구 대비 병상 수, OECD 평균의 3배… “4년 뒤 병상 4만개 과잉” 전망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2.07.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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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16~2020년 보건의료실태조사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우리나라의 인구당 병상 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수, 입원 일수 등이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양병원이 크게 늘면서 요양병상 수는 OECD 평균 대비 8.8배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5차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실시되며 건강보험 의료급여, 보훈급여,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외국인환자 등의 자료를 총망라했다.

2020년 보건의료기관 수는 총 9만6742곳으로, 2016년부터 5년간 연평균 1.8%씩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 1428곳이었던 요양병원은 연평균 2.6%씩 증가해 1582곳으로 늘어났다. 이 중에서도 100~299병상의 요양병원의 증가 폭(3.9%)이 가장 컸다.

전체 병상 수는 68만5636개로, 인구 1천 명당 13.2개를 나타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4.4개의 3배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일반병상이 30만3066개로 가장 많았고, 요양병상(27만1999개), 정신병상(8만2595개), 재활병상(1만4316개) 등의 순이었다.

최근 5년간 일반·정신병상은 다소 감소했으나 재활·요양병상은 증가했다. 요양병상의 경우 1천 명당 5.3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OECD 평균은 0.6개로, 한국은 평균의 8.8배의 요양병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이 보유한 의료장비 수도 OECD 평균을 웃돌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컴퓨터단층촬영(CT) 2080대, MRI 1744대, 양전자단층촬영(PET) 186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100만 명당 장비 수는 CT 40.1대, MRI 33.6대, PET 3.6대로, OECD 평균(2019년 기준)인 25.8대, 17.0대, 2.4대와 비교해 보유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 해 동안 CT촬영은 총 1200만건, MRI촬영은 총 620만건 이뤄졌다. 대부분이 건강보험 급여로, 상급종합·종합병원에서 실시됐다.

MRI의 경우 2018년 10월부터 뇌·뇌혈관 등 MRI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촬영건수가 2018년 대비 2019년에는 127.9%, 2020년에는 13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인력 규모를 보면 2020년 기준 면허등록자 기준 의사는 12만9천명, 간호사는 44만명, 약사는 7만3천명이었다. 활동인력은 이보다 적어 의사, 간호사, 약사가 각각 10만7천명, 22만5천명, 3만6천명이었고 5년간 연평균 2.3%, 5.8%, 1.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의료기관 외 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1만3285명, 간호사는 1만6845명, 약사는 2만7281명으로 추정된다. 평균근무연수는 의사는 6.6년, 간호사는 4.4년, 약사는 5.3년으로 나타났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진료권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진료권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코로나에 입원·외래 감소… 지역별 격차는 여전

조사 기간 입원환자 수는 1280만명에서 1300만명으로 감소했다. 2019년까지는 130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2020년에는 1130만명으로 줄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급여유형별 입원환자 수는 건강보험 1천만명, 의료급여 79만명, 자동차보험 42만명, 보훈급여 2만명, 산재보험 8만4천명, 외국인 1만명 등이었다.

대부분 유형에서 2020년 입원환자가 감소했지만 산재보험 입원환자 수는 연평균 2.3%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 눈에 띄었다.

입원환자의 평균재원 일수는 14.9일에서 16.1일로 역시 증가했다. OECD 평균(8.0일)의 2배가량으로 역시 높은 수준이었다. 평균 진료비는 2016년 226만원에서 2020년 343만원으로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환자들을 질병군별로 보면 2020년 기준 근골격계 질환·장애 환자가 21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소화기계가 140만명, 눈질환이 60만명이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호흡기계 질환·장애환자(연평균 -11.6%), 이비인후 질환·장애환자(-10.2%) 수가 줄었는데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인다.

병상이용률은 전체 72.8%로, 2016년(77.6%)보다 다소 낮아졌다.

상급종합병원은 93.0%,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85.3%,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77.0%, 100병상 이상 병원은 68.8%로 나타나 큰 병원일수록 높은 가동률을 보였다.

지역별로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입원진료를 받은 비율을 나타내는 ‘자체충족률’은 대구가 88.7%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부산(88.6%), 서울(87.7%), 대전(85.6%), 광주(84.3%), 전북(83.2%), 울산(83.1%), 제주(82.7%)의 자체충족률이 80%를 넘겼다. 반면 세종(29.7%), 경북(59.4%), 충남(62.3%), 전남(68.0%) 등은 낮은 자체충족률을 보였다.

치료난이도가 높은 전문진료질병군의 입원만 보면 서울의 자체충족률이 92.9%로 가장 높았고 세종이 8.4%로 가장 낮았다.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은 2020년 기준 이천(여주), 속초(고성, 양양), 제천(단양), 서산(태안), 당진, 여수, 김천, 사천(남해), 거제, 통영(고성), 충주, 광명 등 12개 진료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의 10개 진료권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편 외래환자 수는 2016년 7억6천만명에서 2019년 7억8천만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 6억8천만명으로 감소해 입원환자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었다.

평균 외래진료비는 2016년 3만1천원에서 2020년 4만6천원으로 늘었다.

응급환자의 경우 2020년 한해 855만5천명으로 집계됐는데, 입원·외래환자와 마찬가지로 2019년보다 환자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엔 병상 8만2000개 과잉공급

보건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분석, “전반적으로 자원공급과 의료이용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구당 병상 수가 많을수록 입원환자 수가 많고, 평균 재원일수도 긴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과적으로 의료자원의 공급 증가가 의료이용 증가를 유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늘고 있지만 이들 병원이 의료 취약지보다는 이미 의료체계가 구축된 곳에 개원되면서 의료 취약지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별 자체충족률과 인구당 병상 수의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복지부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병상 수급을 예측한 결과 2026년에는 최대 8만2천개 병상이 과잉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병상의 경우 4만4천~4만7천개가 과잉공급되고, 요양병상 역사 약 3만5천개가 과잉될 것으로 봤다.

병상이 충분하다 못해 과잉공급된 상황에서 지역 간 격차가 여전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불균형 해소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영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병상 수급·관리계획의 기본방향만 제시하고 각 시·도가 수요공급 등을 분석해 지역별 계획을 세우도록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며 “이번 실태조사에 지역 간 의료격차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이 포함됐으며 이 내용을 여러 대책을 활용해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