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후 간 기능 이상 실마리 풀렸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간 기능 이상 실마리 풀렸다
  • 이건호 기자
  • 승인 2022.08.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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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대 소화기내과 성필수·이순규 교수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왼쪽),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왼쪽),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국내 의료진이 기저질환이 없고 술, 간 질환 약을 먹은 이력이 없는 50대 여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간 기능 이상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교신저자)·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제1저자교신저자) 교수팀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50대 여성 환자의 간 조직을 검사한 결과 자가면역간질환을 일으키는 T세포(면역세포)가 발현됐음을 증명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4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연구팀이 간장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 최신 호에 발표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이에 대한 특이 CD8+ T세포가 간 손상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자가면역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국내 첫 사례다. 특히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자가면역성간염과 원발성담즙성 담관염이 동시 발생한 ‘간 중복증후군(Overlap syndrome)’은 세계 최초 보고다.

해당 환자는 기저질환이나 술, 간 질환 약을 먹은 이력이 없는 57세 여성으로, 화이자·모더나 등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1회차를 접종한 지 2주 후 피곤함과 함께 전반적인 기력이 약해져 병원을 찾았다. 신체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평소 정기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수치가 정상이었지만, 이번에 병원을 찾아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간 질환을 진단하는 간 수치들의 상승소견이 확인됐다.

원인감별을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 A, B, C, E 간염과 거대세포 바이러스(cytomegalovirus), 단순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1,2형 등의 바이러스성 간염 검사 결과들은 음성이었고, 간 초음파에서도 특이소견은 없었다. 반면, 자가항체 검사에서 항핵항체 양성, 항미토콘드리아 항체 양성을 보여 간중복증후군을 포함하는 자가면역 간질환의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했다.

진단을 위해 진행한 간 조직 생검 결과, 면역세포인 T세포가 간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인 간문맥에 집중되며 침윤을 일으키고 간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 형질세포의 침윤, 조각괴사와 간문맥의 염증과 괴사가 문맥 주변까지 확장되어 보이는 계면간염 및 비화농성 담관염 소견을 보였다.

의료진은 이런 소견을 종합해 자가면역간질환의 세부질환인 자가면역성간염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이 동시에 진행되는 간 중복증후군 진단을 내렸다. 환자는 고용량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포함하는 적절한 치료를 받았고 2주만에 정상 간 수치로 회복됐다.

이순규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 접종 이후 면역반응에 의한 간 손상, 간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환자 진료 시 자세한 문진과 검사를 통해 이를 감별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논문은 백신 접종 이후 간 중복증후군에 대한 최초보고로, 면역반응과 면역 간질환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확인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이런 간질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가면역간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자신의 간세포 또한 유해한 것으로 판단해 스스로 염증을 만드는 질환이다. 발병 초기 피로감, 오심, 구토, 식욕 부진이 나타난다. 황달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는 증상이 전혀 없기도 해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부종, 혈액 응고 장애, 정맥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이 진행되고서야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

하나의 검사로 진단할 수 없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혈액검사, 간 조직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종합하고 점수를 매겨 진단한다. 병변 부위에 따라 간세포가 손상되는 자가면역감염과 담도 및 담도세포가 손상되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등이 있다. 2가지 이상 질환이 발병하는 중복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중 자가면역간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5년 내 환자의 절반가량이 간경변증으로 발전된다. 하지만 초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결과가 좋고, 각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따라서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인용지수 30.1)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