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조각]함께 오르는 계단
[생각한조각]함께 오르는 계단
  • 관리자
  • 승인 2005.04.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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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관계로 34일 동안 11층인 집까지 계단을 통해 걸어 다녀야 했다.

하루 이틀 지나 한달을 넘기니 내 마음 속에 걱정이 조금 생겼다. 아내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심장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아내가 심장이 약하여 약을 복용하고 병원에 입원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내가 11층까지 혼자 계단을 오를 때면 보통 몇 번을 쉬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와 함께 계단을 오를 때면 한손에는 아내의 가방을 다른 한 손으로는 아내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른다. 내 발은 아내의 발보다 한 계단 앞서고 아내는 내 손을 지팡이처럼 의지하며 걸으니 한번도 쉬지 않고 집까지 도착한다. 몇 번을 그렇게 오르니 계단을 오르는 두려움이 없어졌고 잡은 손의 따스한 체온으로 결혼 30년의 그간 힘들었던 추억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살아나서 좋았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크고 작은 장애물은 함께 넘을 사람만 있으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어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묵상해 본다. 며칠이 지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된다. 그때는 힘들게 걸어 다녔을 때를 생각하며 감사하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좋은 환경을 당연시 했으나 34일 동안의 엘리베이터의 필요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면 건강했을 때가, 이별하면 함께 했을 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것에는 후회의 슬픔이 있는 것이다. 이젠 현재에 감사해 보자.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고 이별하기 전에 함께 함의 큰 행복을 느끼면서 어려운 환경도 함께 극복하며 서로의 정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가져보자.

글|권태진 (2005.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