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광해, 왕이 된 남자
[Movie]광해, 왕이 된 남자
  • 관리자
  • 승인 2012.11.03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민 '하선', 조선의 왕이 되다

감독 추창민 / 시대극 영화 / 2012.09.13 / 131분
출연 이병헌, 류승룡, 장광, 김인권, 심은경 등
홈페이지 newking2012.interest.me

조선의 왕 광해군을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일기」 중 ‘숨겨야 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이르다’ (光海 100卷 8年 2月 28日)라는 한 줄의 글귀에서 시작되었다.

광해군이 왕으로 재위할 때 사라진 15일 간의 기록을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팩션[faction, 사실(fact)와 픽션(fiction)이 합해진 말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낸 것] 사극으로써, 단 한 줄의 글을 단초로 제작된 이 영화가 40여 일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서평자는 오는 12월19일(수)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금방이라도 선진한국으로 발돋음할 것처럼 선전하는 대통령 후보들이 난무하지만, 선거 회오리가 광풍처럼 한번 지나가고 나면 잔잔한 바다의 고요함처럼 나 몰라라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 국민들은 식상한지 이미 오래되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컷으면 정치 신인 안철수 신드롬이 이토록 크게 작렬할 수 있을까 내심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평가가 가능하다. 보통 조선 왕들의 묘호를 정할 때 태조, 세종, 영조, 고종...등 말미에 조(祖) 혹은 종(宗)을 붙이는데, 유독 연산군(10대)과 광해군(15대)은 왕자시절의 대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광해군(君)으로 불린다. 이는 묘호를 명명할 때, 후대 사람들이 생전에 왕의 공적을 평가하여 묘호의 이름을 붙이기 때문에 연산군과 광해군은 재위시절 폭군으로 분류되어 조(祖) 혹은 종(宗)의 칭호를 얻지 못한 까닭이다.

당대와 후대의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는 ‘광해군’, 학자들에 의하면 그는 도처에 깔린 사색 당파의 틈바구니에서 암살과 역모의 위협으로 인한 불안 심리가 과하여져서 폭군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감독 추창민은 폭군(暴君) ‘광해’를 ‘하선’이라는 천민을 등장시켜 궁(宮) 내 가장 아랫사람들을 어우르고, 백성 스스로 노비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왕위를 지키기기에 급급한 비굴한 왕이 아니라,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걱정하는 진정 조선이 꿈꿔왔던 성군(聖君) 광해로 2012년 스크린에 부활시켰다.

이 영화는 독살 위기에 처한 ‘광해’를 대신하여 용모가 비슷한 저잣거리의 천민 ‘하선’을 은밀히 불러 왕의 대역을 맡기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시작하여, 무능한 조정과 부패한 권력을 풍자한 만담을 통해 당시 사색당파싸움으로 얼룩진 기득권 세력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에 한 몫을 한 것은 물론 주인공 이병헌의 왕과 천민을 넘나드는 다름 다름 다름의 1인 2역 연기와 킹메이커 ‘허균’의 위기관리능력을 연기한 유승룡의 공이 컷겠지만, 틈틈이 전개되는 광해 대역 천민 ‘하선’의 정체를 알면서도 진심으로 그를 돕는 ‘조내관’ 역의 장광, 왕을 의심하는 호위무사 ‘도부장’역의 김인권, 광해군의 나인 ‘사월이’역 심은경 등의 연기가 한층 돋보인다.

다만 단순히 천만 관객 돌파에 마냥 좋아만 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 동안 ‘도둑들’과 ‘광해’와 같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항상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여 왔다. 금번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좌석 점유율 및 예매 점유율과 상관없이 기록 달성에만 치우쳐 지나친 스크린 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영화사의 상영관 독점은 저예산 영화들이 제대로 경쟁을 해볼 만한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 등도 활성화 되는 상생의 정책이 실현되는 영화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영화는 얼떨결에 은 20냥을 받고 광해 왕 대역을 했던 천민 ‘하선’, 그를 통해 진정한 조선의 왕을 표현코자 했던 감독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시대에 진정한 리더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군주의 길은 무엇보다 사람과 백성을 위하는 길임을 일 깨워 주는 감동과 여운을 선사하고 있는 이 영화의 관람을 권한다.

전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도서관 사서, 군포제일교회 기관목사 신만섭 libsms@hanmail.net

2012/11/03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