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영화-늑대아이
[문화산책]영화-늑대아이
  • 관리자
  • 승인 2014.01.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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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

양희철
추계예술대학교 전자정보도서관 사서”



아내가 울고 있다. 여느 때처럼 얼른 저녁을 먹고는 TV와 아이를 번갈아 보는 듯 마는 듯 평온한, 혹은 조금은 지친 시간이었을 뿐이었다. 물론 아내도 그때쯤은 지쳐 있었을 테지. 아낸 막 설거지를 끝내고 내 옆의 검은 소파에 앉은 참이었다. 한참을 아무런 기척이 없어 돌아보니 돌연 울고 있었다. 손에 든 아이폰을 들여다 보며 소리도 없이 눈물을 찍찍 찍어내고 있었다.‘나쁜 징조다, 내가 또 뭘 잘못한 게 있었구나’하며 괜스레 겁을 집어먹고는 퇴근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새겨 보았다. 하지만 안개 같은 기억 속에선 그럴싸한 무엇 하나 떠오르는 게 없었다.

“왜?”내가 물었다.“아니야, 그냥 … 우리 아기 많이 컸지?” 아이폰 속 아이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아내가 되물었다. “응.” 하고 대답한 나.“아까 주헌이 젖병 전부 씻었거든. 그게 젖병 씻는 거 마지막이었어. 이제 젖병으로는 안 먹어서……” 조금 더 울먹이는 아내.“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가 자라는 것 같아 조금 슬퍼.”
아주 작은 폭이어서 느낄 수 없을 정도이지만 아이는 엄마의 품에서 한발자국씩 착실히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는 거였다. 괜히 짠해지면서도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속으로 쿡쿡 웃었었다.

그 상황과 오버랩 되면서 작년 언제였던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라는 영화를 보고 아내와 둘이 붙들고 펑펑 울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정말 갓난 아이를 돌보며 아이와 함께 자라고 배우는 초보 엄마, 아빠였다. 물론 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지만. 보는 내내 울면서 서로 토닥이며 마주보고 웃었을 만큼 참 아름답고 사랑스런 영화였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가 보고‘미야자키 하야오 이후는 확실히 호소다 마모루!’라고 평했던 바로 그 영화, <늑대아이>다.

영화는 평범한 대학생이던 주인공‘하나’가 세상에 그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한 남자, 늑대인간을 만나게 되고 그의 순수함에 이끌려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후 두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면서‘하나’는 아이들과 홀로 남겨진다. <늑대아이>는 늑대인간의 운명을 타고난 남매와 그 특별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좌충우돌 성장영화다. 부모로서 아이를 기르고 지켜본다는 것의 의미,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2D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름다운 색채와 이야기, 그리고 모노톤의 울림 있는 음악으로 들려준다.

주인공‘하나’는 흥분하면 금새 귀가 쫑긋하게 늑대로 변하고 보름달이 뜨면 밤마다 울어대는 어린 <늑대아이>들에게는 도시생활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산속 작은 시골마을로 귀농하게 된다. 시골생활은 아이들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대조적인 이미지로서 <늑대아이>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이 자연의 풍경과 함께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늑대아이>의 성장과정은 많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누구나 늑대의 모습과도 같은‘자신만의 타고난 개성 또는 색깔’이 있을 것이다. <늑대아이> 남매 중에 첫째는 인간의 모습으로 남고 막내는 늑대의 모습으로 떠나려고 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이렇게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의 개성을 따라 살려고 할 때, 그것이 당신의 교육철학과 부딪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각종 육아법과 교육법이 난무한 시대에 한층 더 얇은 귀를 갖게 된 우리 부모들은 그저 ‘똑똑한 아이’라는 허상을 만들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허겁지겁 주어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결국, 정작 중요한 물음에는 꺼내 줄 답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늑대아이>는 내게 부모로서 조급해하지 말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을 느끼며, 땅을 박차고 달리는 행복을 아이 스스로가 알아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또 <늑대아이>와 같은 야성을 타고나는 아이에게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믿고 지켜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는 어린 부모와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고생하시는 학부모님들과 아이를 키우던 시절이 그리운 어르신에게, 한번쯤 왠지 목놓아 울고 싶은 모든 분들께, 아직도 남매‘유키와 아메’, 그리고 엄마‘하나’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가득한 영화, <늑대아이>를 추천한다.

지금 아이는 코오 하고 자고 있다.‘주헌아, 넌 좋겠다. 널 위해 이렇게 사소한 너의 한 시절이라도 안타까워 울어주는 사람이 있어서’하고 속으로 말해 보았다. 고즈넉한 밤 아내의 눈물과 <늑대아이>‘하나’의 눈물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위해 사소한 것에도 울며 웃어주었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온다.


2014/01/2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