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여름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
[문화산책]여름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
  • 관리자
  • 승인 2014.08.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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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추계예술대학교 전자정보도서관 사서


휴가지 도착 첫 날.
시차 때문에 저녁 무렵에 도착한 호텔 방. 짐을 대충 풀고 젖혀놓은 창문 사이로 여름 달이 떠오를 때, 다 잊을 듯 떠나 온 여행이지만 누군가 문득 그리워진다면 창가에 앉아 남진우의 시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를 꺼내보면 좋겠다.“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의 가지런한 이가 수박의 연한 속살을 파고 들었네. 마치 내 뺨의 한 부분이 그대의 이에 물린 듯하여 나는 잠시 눈을 감았네....... 입 속에서 수박의 살이 녹는 동안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그대가 베어문 자리가 아프도록 너무 아름다워 나는 잠시 먼 하늘만 바라보았네.”남진우 시인이 신경숙 작가의 남편이란 공공연하지만 몰랐던 사실은 덤.
<남진우/ 타오르는 책>

휴가지 둘째 날.

가벼운 조식 후 선글라스와 비치 타월을 가지고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수영장으로 가자. 언제부터‘수영’이 여행과 휴식의 한 기술로 묘한 설득력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휴가에는 수영이 빠질 수 없다. 그래픽 노블인 이 책은 수영을 배우면서 만난 소년과 소녀의 풋사랑 이야기다. 수영장이라는 공간 특유의 냄새와 소리를 유영하는 그림과 함께 리드미컬하게 그려낸다. 한바탕 수영 후 무알콜 모히또를 시켜놓고 비치 체어에 누워 읽거나 혹은 잠들거나. 영화 <카모메 식당>에 등장하는 헬싱키의‘이르욘카투’ (Yrjonkatu) 수영장을 상상하면서 <염소의 맛>을 즐기면 좋겠다. 아무리 정독해도 30분이면 읽을 수 있는 애플민트 같은 책.
<바스티앙 비베스/ 염소의 맛>

휴가지 셋째 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지나는 여행자들도 구경할 겸 로비나 라운지 소파에 묻혀서 <여름으로 가는 문>을 넘겨보자. 이번 여행에 딱딱한 책은 맞지 않아 혹시나 ‘짬이 난다면’ 하는 마음에 SF소설 입문서를 골랐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과학소설의 3대 거장(Big Three)으로 불리는 하인라인 작품이다. 미래세계, 냉동수면과 시간여행이란 소재에 로맨스가 파슬리 가루처럼 적절히 뿌려져 가볍고도 쉽게 빠져든다. 혹시 숙소에 작은 도서실이 있다면 다 읽고 난 다음 기증해도 좋을 듯.
<로버트 A. 하인라인/ 여름으로 가는 문>

휴가지 넷째 날 이후.

당신의 휴가가 장기든 단기든, 여행은 휴식과 더불어 새로운 삶의 열정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로 늘 설렌다. 여정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면 조지 쉬언의 열정적인‘달리기’이야기를 권하고 싶다.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참된 모습과 열정을 꾸준히 찾아가는 이야기. 열정이란 말의 라틴어 어근은“신이 자신의 내면에 가득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여행기간 내내 수많은 러너들을 그냥 지나쳤을지 모른다. 이제 몸을 움직여 여행자가 아닌 나 자신의 모습으로 그들 속에 뛰어들어 보자. 직접 달려보면 안다. 정신과 육체를 나눌 수 없는 내면 가득한‘삶의 태도 로서의 달리기’가 무엇인지.“우리가 관객이 되어 삶이라는 스포츠를 지켜 볼 수는 없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직접 그 속에서 논다는 뜻이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세계의 저편에서 솟구치는 새로운 세계를 느껴봐라”
<조지 쉬언/ 달리기와 존재하기>


2014/08/09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