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도서-아비목회
[문화산책]도서-아비목회
  • 관리자
  • 승인 2014.09.27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희철
추계예술대학교 전자정보도서관 사서



갓 밴 풀 냄새가 사방 가득히 피어오른다.‘붕 부우웅’, 이산 저산에서 메아리치듯 울리는 기계음 속에 묻혀 나는 귀양살이 하는 선비처럼 묵묵히 갈고리질을 해댄다. 한낮의 해는 순식간에 머리 위로 솟았고 잘려나간 풀을 긁어모으느라 이마에서는 연신 땀방울이 떨어진다. 산소 주변은 벌초 나온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연대감과 갖가지 소음, 냄새와 색채가 한 데 어울려져 축축한 공기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너머 조금 떨어진 곳에 예초기를 유유히 돌리시는 아버지가 있다.‘요즘 들어 갑자기 너무 마르신 거 같아서 걱정이네’, 물 한사발로 한숨 돌리며 부쩍 수척해진 아버지의 어깨를 바라본다. 오랜만에 큰 아들, 작은 아들에 며느리와 손주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한 벌초 길이었다. 새벽같이 나서시며 흐뭇해하셨을 아버지.... 낡은 야구모자에 흠뻑 젖은 수건을 어깨에 두른 아버지를 보며‘아버지’라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아들이라면, 인생의 질풍노도를 건너는 길목에서 오이디푸스처럼 아버지를 질투하게 될 것이고 또 그‘아버지’라는 산을 반드시 넘어서고야 말겠다고 호언할 것이다.‘아버지처럼 답답하게 살진 않을 거야’라고. 그러나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 듯이 우리는 쉬 나이를 먹어간다. 아버지의 아들이 또 다른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세월이라는 광풍에 맞서 가족을 지켜내고 버텨온 위대한 아버지가, 그래서 수척하고 마른 아버지가 오롯이 보일 것이다. 바로 내가 그랬다.

신간 <아비목회>를 읽으며 다시 아버지를 생각한다. 요즘 밖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이라는 이슈로 떠들썩하다. 정치권은‘식물국회’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지만,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는 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은 가십거리를 소비하듯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무언가의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다기보다 일련의 사회적 현상들을 접하면서 그냥‘집에 아버지가 없다’는 황망한 느낌을 먼저 받게 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비목회>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대와 이념을 관통하는 리더십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비목회>는 한 교회에 속한 2000여명이 넘는 성도들과 그 가족, 그리고 섬기는 담임목사의 성장 이야기다. 35년 전에 개척하여 아버지의 마음으로 오직 한 교회만을 섬기고 사랑하는 목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자기 교회 자랑만 늘어놓고 읽는 동안 공감할 꺼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뻔하고 진부한 몇 십 년사 스토리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체험적 신앙고백이 삶에 녹아든 현재의 우리네 이야기다. 그래서 <아비목회>는 흥미롭고 힘이 넘친다. <아비목회>는 군포제일교회에 시무하는 권태진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이 담긴 책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진정한 리더와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곱씹게 하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권태진 목사의 리더십이 특별한 점은 과연 무엇일까? 은천교회 담임목사가 후기에 남겼듯 성도들을‘스승이 아닌 아버지로 만나준다’는 것이다.“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라는 성경 속 바울의 철학으로 말이다. <아비목회>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따라서 리더의 자질과 리더십을 운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목사의 가르침은 입에서 나와 지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신앙인의 삶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다. 그리고 스승처럼 훈계하기보다 마치 앞서 걸어가는 아비처럼 길을 보여주고 따라올 수 있도록 믿음과 기도로 기다린다.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유행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군중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미사여구나 최신 교수법을 좇기보다는 우직하게 성경대로 가르친다. 구미에 맞는 상황별 가르침보다 성경을 처음부터 한구절도 빠짐없이 가르친다. 그리고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더욱 쉬운 언어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그 안에서 참된 리더의 변하지 않는 중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친교보다는 예배를 중심으로 모이라’고 강조하고,‘복지를 애써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등 권태진 목사의 섬김의 리더십을 다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35년의 목회를 두고도 여전히 개척교회 목사 같은 사람, 마치 아버지를 닮은, 시대가 요구하는 진실한 리더를 만나보고 싶다면 <아비목회>를 한번 읽어보시길.



2014/09/27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