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죽을것 같은 착각
[건강]죽을것 같은 착각
  • 관리자
  • 승인 2014.09.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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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익
서울우리아이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죽을 것 같은 극심한 공포감과 불안, 그리고 강렬한 자율신경계 항진 반응이 공황발작의 증상이다. 극심한 공포는 숨이 멎거나 심장이 멈추거나 터질 것 같은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응급실을 가지 않고는 못 배겨낼 정도로 강력하다. 입술이 바짝 마르기도 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손발이 저릴 때도 있다. 전력질주를 마쳤을 때처럼 정신이 몽롱하고 속이 메슥거리기도 한다. 이런 신체증상은 모두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일어나는 말초 증상들인데, 이 때문에 환자들은 공황장애를 심근경색, 부정맥, 호흡곤란과 같은 심폐기관 문제, 즉 내과적 문제로 오인하게 된다.

공황발작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경험해보면 공포스러운 경험이 다시 나타날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것을 예기불안이라고 부른다. 공황발작은 간헐적으로 짧게 찾아오지만, 예기불안은 공황발작 사이의 긴 기간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공황 증상이 없는 기간에도 걱정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갑자기 공황발작이 발생했을 경우,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나 창피 혹은 망신을 당할 것 같은 걱정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를 피하게 된다. 대부분의 공황장애에서 이런 광장공포증이 자주 동반된다.

공황장애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세상에는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다. 가령, 카페인, 이산화탄소, 젖산나트륨 등에 노출되면 취약한 사람들에게 공황발작이 유발된다. 또한 공포나 불안 반응을 가장 먼저 감작해서 반응하는 편도라는 뇌 구조의 과활성이 공황장애의 뇌과학적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생물학적 원인과 더불어 후천적인 학습 조건화 반응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붐비는 지하철 속에서 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이 그 다음부터는 지하철만 타면 이전에 겪었던 공포스런 상태가 떠올라 더욱 불안해진다. 그 불안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을 회피하는 행동, 즉 광장공포증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빈맥과 같은 사소한 신체증상이 느껴진 다음에 심각한 공황발작이 오는 것을 몇 번 경험한 이후로는 빈맥만 오면 공황으로 이어진다는 조건화가 형성된다. 그래서 사소한 신체감각의 변화에도 지극히 민감해지는 경향이 만들어진다. 가슴이 조금만 빨리 뛰거나 주변이 좀 답답하게 느껴지면,“심장마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하고 심각하게 걱정이 된다. 이외에도 고전적 정신분석학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억압된 충동이 갑자기 표현되는 것이 공황발작의 원인이라고 본다. 이런 충동은 부모의 상실, 특히 분리불안과 연관이 많으며, 실제로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가 나중에 성인이 되면 공황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공황장애의 핵심적인 치료다. 단독으로도 효과가 입증되어 있지만, 약물치료와 같이 병행하면 그 효과가 더욱 좋고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지치료는 공황발작에 대한 그릇된 믿음과 정보를 교정하는 치료다. 핵심은 환자가 가벼운 신체감각을 잘못 해석하여 금방 죽음과 같이 심각한 상황이 임박한 것처럼 생각하는 왜곡된 인지 경향을 수정하고 대안적 사고를 제시하는 것이다. 동시에 공황발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황발작은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되고 생명에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철저히 교육시킨다. 이를 통해 사소한 불편감이 큰 공포감으로 확대되거나 진행되지 못하게 유도한다. 행동치료적 접근으로 실제 공황발작이 예상되거나 시작될 때 과도한 긴장상태를 이완시키는 방법을 교육하고 훈련한다. 점진적 근이완법이나 상상기법 등을 통해 자신의 불안 및 이완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호흡법은 이완은 물론 공황발작 시 흔히 보이는 과호흡을 막음으로써 공황발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외에도 공포를 유발하는 자극에 연속적, 점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탈감작화를 기대하는 노출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도 아주 효과적이다. 불안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균형을 맞춰주는 약물을 통해 비교적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황장애에 동반되는 두려움, 즉 자신이 갑자기 숨이 멎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거짓된 착각이다. 공황발작 동안 숨이 멎거나 심장이 멈춰 죽은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공황장애는 거짓 병이다. 환자를 속이는 병이다. 길게 숨을 내쉬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당신의 심장은 안전하다.



2014/09/27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