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주요우울증의 진단(1)
[건강]주요우울증의 진단(1)
  • 관리자
  • 승인 2014.11.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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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익
서울우리아이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5주가 지났지만 현수씨는 아직도 정신이 멍한 상태다. 현수씨는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현수씨가 3세경에 산업재해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현수씨는 40년간 둘만을 의지하며 살아왔다. 소화불량으로만 알았던 증상이 말기 췌장암으로 진단된 지 5개월 후, 어머니는 꿈만 같이 현수씨 곁을 떠났다. 부엌을 들여다 보면 음식을 준비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며칠째 현수씨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누워만 있다. 그리움의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본 적이 있었는가?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그저 상실감에 넋을 놓아 버린 적이 있었는가? 슬픔에 짓눌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울음뿐이었던 적이 있었는가? 살다 보면, 가슴 아픈 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을 만나기 마련이다. 의연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에 큰 충격을 받을만한 상실이 있게 마련이다.

「50세 김과장은 요즘 통 사는 게 별 재미가 없다. 특별히 그럴만한 이유는 없는데도 말이다. 다만 사는 게 힘들다는 생각뿐이다. 반복되는 매일매일이 지겹다. 탈출하고 싶다. 오랜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도 아프고, 워낙 앉아만 있어서인지 아랫배가 불룩하다. 틈만 나면 쉬고 싶고 눕고만 싶다. 먹는 재미 외에는 별다른 재미가 없다. 아내와의 잠자리도 시큰둥해진 지 오래다. 책을 읽으려 해도 10분 집중하기가 어렵다. 간혹 귀에서 이명이 들리기도 한다. 잠을 자도 개운치가 않다. 만성 피로감에 이를 악물고 일어난다.」

충격적인 사건을 만나지 않더라도 지루한 일상으로 인해 지칠 수 있다. 업무나 집안 문제, 질병, 금전 문제 등으로 장기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우울할 수 있는 상황에 늘 노출된다.

인간의 기분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생체리듬과 같이 주기가 있고 높낮이가 있는데, 정상적인 경우에는 일정 범위 내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기분의 변화는 상실이나 스트레스, 일조량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우리 몸 안에 내장되어 있는 자체적인 기분조절 기능과 호르몬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다운되는 현상을 우울증이라고 한다면, 이 때 사람들이 주로 경험하는 현상을 아래에 나열하였다. 바로 주요우울증의 9가지 핵심증상이다.

1. 우울한 기분 – 주관적 호소 혹은 객관적 관찰 소견 (아동 청소년의 경우 자극예민성의 증가도 가능)
2. 흥미나 즐거움의 두드러진 감소 – 주관적 호소 혹은 객관적 관찰 소견
3. 체중 감소나 증가 (한 달 동안 원래 체중의 5% 이상의 변화) 또는 식욕의 변화
4. 불면 혹은 과수면
5. 신체와 정신활동의 속도 변화 – 빨라지거나 느려짐, 반드시 객관적 관찰 소견이어야 함.
6. 피로 혹은 기력(에너지)의 상실
7. 무가치감 혹은 지나친 죄책감 (아픈 것으로 인한 단순한 자책이나 죄책감이 아님)
8. 생각 혹은 집중 능력의 감소, 우유부단함 – 주관적 호소 혹은 객관적 관찰 소견
9.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죽음에 대한 공포 제외), 자살 사고, 자살 기도, 자살 계획

대충 보면, “나도 이런 적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 “현대인은 다 우울한 것 아니냐?” 하지만 분명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느낄 수 있는 우울감이 아니라, 일반적이지 않은, 그러니까 비정상적인, 결국 그래서 전문가의 평가와 치료가 꼭 필요한 수준의 심각한 우울증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주요우울증이라고 말한다.
첫째, 주요우울증이 되려면, 우울한 기분과 흥미/즐거움의 두드러진 감소 중 한 가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우울한 기분과 흥미 및 즐거움의 두드러진 감소를 평가할 때는 다음을 꼭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하루 중 증상이 지속되는 시간의 양이다. 즉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해당 증상이 지속적으로 존재해야만 한다. 가령 하루 중에 우울한 기분 상태와 정상적인 기분 상태가 섞여있다면 이것은 주요우울증이 아니다. 물론 드물게 병적으로 우울한 기분과 동시에 지나친 기분의 고양을 주증상으로 하는 조증 상태가 공존할 수는 있다(이 상태를 혼재형 양극성 삽화라고 한다). 하지만 조증 상태 역시 비정상적인 현상이므로 여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하루 중 일부 시간만 의욕이 감소되었다면, 이 역시 주요우울증은 아니다. 진짜 우울증은 하루 종일 지속되는 증상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가벼운 우울증과 구분될 수 있다. 둘째로 고려할 점은 주관적으로 우울하거나 흥미의 감소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는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는 몰라도 주변에서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객관적인 증상이 관찰된다면, 이 경우도 우울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자각 증상과 관찰 소견이 모두 있다면 더 확실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는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를 돌아볼 정도의 에너지마저도 바닥난 상태가 더 심각하고 위험한 우울증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울증에 우울감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더 흔하다. 감정 분화가 아직 덜 돼있기도 하고 아직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덜 발달했기 때문이다. 우울감 대신 자극예민성(irritability), 즉 심한 짜증스러움이 나타날 수 있다. 당신의 자녀가 예전과는 달리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사건건 과도한 예민함으로 인해 자신과 주변을 괴롭히고 있다면, 특별히 호소하거나 관찰되는 우울감이 없어도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렇게 우울감이 감춰져 있는 우울증을 ‘가면성 우울증’이라고 부른다.(다음호에 연결)



2014/11/29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