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마디] 복지부 시계 좀 고쳐주세요
[나도 한마디] 복지부 시계 좀 고쳐주세요
  • 관리자
  • 승인 2016.05.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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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명
칼럼니스트, 장애인권활동가

“하나님, 혹시 이 아이를 제게 잘못 보내주신 건 아니신지요! 방바닥에 등을 붙이고 편하게 잠 좀 자고 싶습니다. 내 나이 이제 60이 다 되어갑니다. 단 하룻밤만이라도 따뜻한 방바닥에서 편하게 잠을 자고 싶은 게 욕심일까요? 왜? 하필이면 자폐성장애 아이를 저에게 주셨습니까?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발달장애인, 그중에서도 자폐성장애인을 키우는 어머니들은 늘 전쟁 치르듯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피곤함이 온 몸 구석구석 배어있다. 주간보호센터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낮 시간은 편하게 쉴 수도 있겠지만 5분 대기조라 불리는 자폐성장애인 어머니들은 쉬어도 쉬는게 아니다.

아이가 주간보호센터에 있는 동안 무슨 문제는 없을까? 노심초사 멀리 가지도 못하고 센터 인근에서 기다려야 한다. 핸드폰 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폰 번호에 아이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 번호가 확인되는 순간 온몸에선 힘이 쏘옥 빠져 나간다. “어디세요? 어머니, 아이가 기분이 엄청 안 좋아요.” 아이가 도전적 행동(문제행동)이 심하니 데려가라는 선생님의 호출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릿속은 하얗다. 간신히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오면 참았던 눈물이 마구 쏟아진다.

발달장애라는 말이 요즘 화두가 되고 있어 뭔가 달라지겠거니 은근 기대를 했다. 그러나 10여 년 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었을 때나,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이나 자폐성장애인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장애자녀가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5분대기조 어머니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주단기보호센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집에서 데리고 있는 어머니들도 많다. 혹시나 하고 주단기보호센터에 데리고 가면 평가기간이나, 이용 도중에 본 센터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잘라버린다. 잘라버린다는 말이 부적합한 말이라고 여겨지지만 다른 말로는 표현 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잘리기 때문이다. 도전적 행동이 심한 자폐성장애인들은 늘 보호자가 동행해야하고, 활동보조도 이용하기가 어렵다. 활동보조인도 힘든 발달장애인은 꺼리기 때문이다. 자폐성장애인을 돌보는 일은 4D라고 한다.

얼마 전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개관을 했다. 최중증 우선이라는 반가운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곳에서 말하는 최 중증이란 휠체어를 이용하는 뇌병변 정도의 장애인이란다. 차라리 최 중증 우선이라는 말이나 하지 말든지, 자폐성장애인을 키우는 많은 어머니들은 화도 내지 못하고 절망만 더 커지게 되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어느 자폐성장애인 어머니가 아이가 보호 받을 수 있는 곳을 이리저리 알아 본 후 성북구에 있는 단기보호센터를 찾아갔다. 사는 곳에서는 좀 멀지만 그곳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안내에 희망을 갖고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조차 아이의 문제행동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당하고 돌아와야 했다.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편의 시설뿐만 아니라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 마련으로 바로 가는 복지부 시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6/5/4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