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람과 사람 사이를 주선하는 사람, 사회복지사
[오피니언] 사람과 사람 사이를 주선하는 사람, 사회복지사
  • 관리자
  • 승인 2016.07.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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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 관장
안양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우리 동네에는 손재주가 좋은 어르신이 계십니다. 현재는 수급자에서 벗어나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여전히 생활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경로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시곤 하십니다. 한번은 어르신께 식당 내 주방의 천장용 확산소화기 설치를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부착해 주셨습니다. 이후에도 시간이 나시면 근처에 혼자 지내시는 어르신 댁의 살림살이 등을 틈틈이 손봐주시고 계십니다.

우리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 경제활동 때문에 지역과 나누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을 찾아 지역주민과 나누는 일을 제안하고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의 생신을 지역 주민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동네 빵집을 찾아가고 동네 식당을 찾아가 부탁드려 작지만 소박한 생신 잔치를 진행하였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해 동네 한의원, 치과, 내과 등을 돌아다니며 함께할 방법들을 걸언(乞言) 하였습니다. 물론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기꺼이 함께하자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 동네가 아직은 살만함을 느낍니다.

사회복지란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부담되지 않는 만큼 실천하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형편에 맞게 양방향으로 오고 가는 것, 이웃과 관계 맺기 등 이러한 것들이 아마도 우리가 꿈꾸는 ‘당사자가 주인공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살이’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살이가 이루어지려면, 지역사회 누군가는 열심히 지역사회 곳곳을 찾아가고, 인사하고, 묻고, 나누고, 감사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까울수록 우리 동네의 소소한 기쁜 일과 슬픈 일, 어려운 일과 감사한 일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예전에는 이웃 간의 정(情)이라고 했고, 이제는 관계(關係)라고 이야기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가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 공생하는 복지공동체를 회복하는데 궁극적인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이웃이 서로의 삶을 관계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사회복지실천이 일회성 시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 도움을 받는 사람의 주체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은 항상 무엇인가 받는 사람으로만 여기기 쉽다는 것입니다. 삶 속의 사회복지 실천이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주는 이에게는 기쁨과 보람, 받는 이에게는 예(禮)와 감사를 줍니다. 이러한 복지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이루어지는 삶을 사람살이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통해 이루어가자는 것입니다.

삶, 관계를 소통시키는 사람이 사회복지사입니다

동네 식당 사장님은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식당에서 만드는 음식으로 이웃을 섬깁니다. 미용실 원장님은 동네 귀여운 아이 몇 명 정도는 그냥 손질해 주고 있습니다. 경찰관님은 관내 순찰을 하면서 혼자 지내는 어르신 가정을 살펴보는 일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복지 실천이 바로 지역사회의 복지공동체를 회복시켜 나가는 일입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삶,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은 우리 주변의 많은 이웃들이 삶의 실천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활동의 참여를 통해 가능한 일입니다. 더불어 사회복지사는 이러한 일을 거들고 주선하는 사람입니다.

닭이 알을 잘 낳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땅이 소산물을 잘 낼 수 있도록 지심을 북돋워 주는 것입니다. 광우병도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가면서 상품화시키기 위해 닦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반 생태적 문제일 것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우리 사회의 부적응자로 인식하는 병리적 치료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닦달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의 문제를 사회복지사가 직접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되도록 한 동네 사는 이웃이 함께할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향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만들고, 그 어려움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조금 거들고 기다리는 것이 사회복지사들의 실천기술입니다. 이는 어려운 이웃들이 처하게 되는 어려움의 본질을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다양한 관계로 상황을 이해하고 풀어가는 것은 어려움으로 인해 당사자의 삶 전체를 부정하거나 훼손의 상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부족한 부분도 있고 넉넉한 부분도 있다는, ‘그럴 수도 있다’는 긍정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옛사람이 쌓아 놓은 돌담을 보면 모난 돌, 반듯한 돌 모두 조화를 이루어 적당한 담을 이룹니다. 버릴 돌 하나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완전한 것입니다. 건강한공동체, 건강한 모임은 서로 다른 사람이 조화를 이룰 줄 아는 곳입니다. 세상에 없어도 좋을 사람 하나 없이 모두가 귀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관계하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는 모자랄 수 있으나 저 귀퉁이에서는 아귀가 맞는 모난 돌이 쓰이는 것처럼 사회복지사는 사람의 강점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사회복지사는 강점의 눈으로 지역사회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강요된 행복과 선택·관계·소통이 없는 생존, 이는 인격적·사회적 죽음이나 다름없습니다. 오히려 주체적인 고통이 참다운 행복에 가깝습니다. 사회복지 실천은 가난으로 인한 고통이 있을지라도 단순한 자선, 시혜를 넘어 어려운 이웃의 주체적 삶, 자존의 인생을 늘 생각하면서 관계를 소중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좋은 사회복지사입니다. 사회복지사는 당사자를 대신하여 삶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회복지는 당사자가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 거드는 일입니다. 살기 좋은 마을, 복지국가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은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거대한 전환이 아닌 사회복지의 근본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러한 작은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16/7/1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