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싱글’, 너머의 이야기
[영화] ‘굿바이 싱글’, 너머의 이야기
  • 관리자
  • 승인 2016.07.1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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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이름은 단지. 미술에 소질이 있어 미술학도를 꿈꾸지만, 가정형편이 받쳐주질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16살의 나이에 임신을 하고 만다.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단지. 그곳에서 여배우 ‘고주연(김혜수)’을 만나고 아이를 낳아 고주연에게 입양 보낼 것을 약속한다(고주연은 평생 자신의 편을 만들기 위한 명목으로 아이를 원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굿바이 싱글’ 이야기 중 일부이다. 작은 스토리 안에 현세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청소년, 미혼모, 낙태 등. 코미디로 분류되어 우리에게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 그 너머의 메시지를 전한다.

‘굿바이 싱글’ 속 캐릭터, ‘단지’를 통해 미혼모의 삶으로 들어가 본다. 단지의 나이 16세. 우리나라의 미혼모 연령은 21세~25세가 45.8%로 가장 많고 16~20세가 31.5%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가임여성의 나이 중 가장 어린 16~25세가 77.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왜 미혼모가 되었을까.

영화 속 단지의 경우, 미혼부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자 헤어지며 낙태를 권한다. 그렇게 단지(미혼모)는 혼자가 된다. 여성가족부 ‘미혼모 현황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미혼모와 미혼부와의 관계는 62.1%가 ‘헤어짐’으로 나타났고 ‘교제 중’이 19.4%, ‘가끔 왕래’가 10.8%로 조사되었다. 결혼할 여건과 환경이 되지 않아(나이가 어려), 책임질 수 없어 포기하게 되고 낙태할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단지는 낙태를 위해 병원으로 향한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현행법상 범죄 행위다. ‘낙태(落胎)’는 좁은 의미로 불법적인 임신중절을 뜻한다. 의사에 의한 합법적인 임신중절은 임신의 지속으로 모체의 건강이 현저하게 나빠질 우려가 있거나, 악질적인 유전적 소인을 없애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태아가 모체 밖에 나와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 밖에 불분명한 사유는 형법상 낙태죄에 해당한다. (두산백과 참조)

우연히 병원에서 여배우 고주연(김혜수)을 만난 단지. 고주연은 단지에게 아이를 낳아 자신에게 입양할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단지는 많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주기로 한다. 부모는 없었지만 고주연의 보호 속에서 출산을 준비하던 단지. 하지만 여러 가지 오해들로 인해 단지는 만삭의 몸으로 고주연의 품을 떠나게 되고 ‘에스더의 집’이라는 곳에서 머물게 된다.

우리나라엔 미혼모를 보호하는 많은 기관이 있다. 하지만 매번 입소자 수가 넘쳐나 모두를 수용하기도 어려우며 우선순위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워 얼굴을 붉히는 일이 빈번해 야 입소가 될까 말까 한 형국이다. ‘러브 더 월드’(하나님의 사랑으로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비영리단체)의 서지형 이사는 “국가 지원을 받는 미혼모 시설들이 있어요. 하지만 국가지원 시설은 미혼모라 인정받을 수 있는, 규정에 합한 미혼모만 받아요. 아무리 딱한 사정이 있어도 규정에 어긋나면 도움을 받을 수 없죠.”라 말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단지는 그 규정에 합당했는지, 미혼모를 보호하는 기관인 ‘에스더의 집’에 머물게 된 것이다.

미술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단지.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었던 단지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미술 경연대회에 참석하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주최 측에선 학생으로서의 모습이 좋지 못하다며 시험장 입실을 거부한다. 이것이 미혼모를 바라보는 우리네의 시선이다.

저 뿌리 깊은 곳부터 유교사상이 베여있는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조사해 본 결과 ‘죄인시한다’와 ‘냉대한다’가 각각 39.5%, 35.1%로 10년 전 조사 내용(각 40.4%, 39.6%)과 비교하여 미혼모를 바라보는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미혼모의 실태·의식 분석과 그 복지대책에 관한 연구 2002 -박성희 학위논문 참조) 그 시선을 알기에 ‘단지’도 처음부터 낙태를 결심하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게 아닐까.

오해는 풀리기 마련. 단지는 여배우 고주연(김혜수)과의 오해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고주연과 함께 아이를 키워 나간다. 우리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에서 미혼모가 겪는, 겪어야 하는 과정과 현상들을 보았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그 눈빛에 정죄의 눈빛이 아닌 사랑의 눈빛을 보내는 게 고아와 과부의 친구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이 아닐까. 어린 나이에 주어지는 어려운 선택들을 지혜롭게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혜미 기자


2016/7/1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