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문화가족이 행복하다고 말할 때 진정 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입니다
[오피니언] 다문화가족이 행복하다고 말할 때 진정 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입니다
  • 관리자
  • 승인 2016.08.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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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현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경기복지거버넌스 실무협의회 위원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가족이 보편화되었다는 얘기는 이미 익숙한 표현입니다. 1990년대부터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등으로 증가한 국제결혼 외국인주민은 현재 약 24만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족이란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2조 제3호의 결혼이민자와 ‘국적법’ 제2조에 따라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 및 ‘국적 법’ 제4조에 따라 귀화 허가를 받은 자와 같은 법 제2조에 따라 출생 시 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결혼이민자는 다문 화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2조 제3호의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재한외국인을 말합니다. 결혼이민자는 외국인과는 달리 결혼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해 온 외국인입니다. 특히 여성결혼이민자는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대한민국 영토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을 말합니다.

제가 아는 팜 모 씨는 베트남에서 온 여성 결혼이민자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결혼하였습니다. 잘생긴 남편이 청각장애인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치매가 있는 시할머님과 청각장애를 가진 시아버님, 대상포진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와 같이 살아야 된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서툴고 많이 힘들었지만 두 딸이 태어나 기뻤습니다.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서비스, 자녀 양육 서비스, 상담 및 정서지원 서비스 등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힘든 형편이었지만 열심히 살아 낸 덕에 효행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팜 모 씨는 좀 경제적 여건이 괜찮은 가정의 아들과 재혼하였습니다. 팜씨는 초혼이었지만 남편은 세 번째 결혼이었습니다. 남편은 정신질환이 있지만 결혼생활과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시부모님이 말씀하셨고 빨리 손주를 낳으라고 재촉하셨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이었습니다. 시부모님은 부부관계를 하고 있다는 아들의 말만 믿고 며느리를 구박한 것이었습니다. 남편의 상황을 모른 채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는다고 시부모님이 오해를 하고 있어서 센터에서는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결국 남편이 정밀한 병원 진단을 받은 후 시댁의 오해도 풀렸습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상식선’이라는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다문화가족을 만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이 깨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다문화가족들에 대한 판단의 상식이라면, 다문화가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 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혼잣말로 ‘차라리 돌아가라’를 수없이 외쳤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보겠다’라고 끊임없이 답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다문화가족이 행복할 때 이 사회의 모든 가족들이 행복하고 결국 이 사회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 어려움 위에 다문화가족은 적게는 두 가지부터 많게는 수십 가지의 어려움을 더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 언어 소통의 어려움, 자녀 양육의 어려움, 사회적 네트워크의 미약, 차별과 편견, 심리·정서적 불안감 등등. 그리고 한국 여성들이라면 결혼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을 조건의 남성들과 사랑과 감사로 예쁜 아이들을 키우면서 잘 살아내고 있는 그런 다문화가족들이 “아, 한국에서 정말 살기 좋다.” “한국 사회에서 지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한국 사람과 결혼하기를 잘했다”라고 느낀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외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는 아니지만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보다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덜 발전된 나라로부터 이주해 온 대부분의 결혼이민자의 경우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소수자들 입장에서 보면 보다 공정한 기회를 바탕으로 차별과 불이익을 받지 않으면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류사회를 이루고 있는 다수자들은 그들이 더욱 성숙하고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문화가족들은 각 시, 군, 구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고 상담과 사례관리를 통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습니다. 초기 입국 당시부터 개인 당사자와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겪는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돕고, 출산부터 자녀 양육, 중도 입국 자녀 문제와 진로진학 문제, 자신의 역량 강화와 취업 준비까지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서비스의 중복과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사회의 새로운 소외계층이 아닌 우리나라의 역동이 될 인재양성소라는 명분을 가지고 인권 친화적인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권이 바뀌면 흔들리는 프로젝트성 정책이 아닌 중장기 다문화정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흔들림 없이 ‘가족의 소중함’을 말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다문화가족이 행복하다고 말할 때 진정 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입니다!

2016/8/29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