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읍 지나 시
[발행인 칼럼] 읍 지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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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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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진
시인
사단법인 성민원 이사장
군포제일교회 담임목사

6.25 전쟁에 참전했던 한 외국 병사가 노년에 대한민국을 방문했다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폐허가 되었던 나라가 눈 깜짝할 새 눈부시게 발전하고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군포는 면 소재지였습니다. 얼마 있다 읍이 되고 그 읍이 시가 되었습니다. 우리 집 뒷산에선 부엉이가 부엉부엉 울었었는데 지금은 새소리도 다 그쳤습니다. 변하는 인생만큼 자연도 변하고 동네도 도시로 변화하는 모습이 다 지난 후에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동네가 읍 지나 시가 되는 것처럼 사람도 머물러 있지 않고 항상 푯대를 향하여 갑니다. 그 변화무쌍한 길의 종착역이 어디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주님께 조용히 묻습니다. 사망의 길을 벗어나 생명의 길로, 그리고 그 너머 인생의 푯대를 향한 순종의 길로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요.

산 돌아 강 돌아
하늘의 물이 바다의 물 되듯
시골동리 남면 읍 지나 시 되고
돈사 축사 채소밭이
산본 아파트 숲 이루었다
수리산 부엉이 독창
산새의 합창 중단되고
개울 흐르는 물길
콘크리트로 덮였다
삼십여 년 간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사랑과 미움의 추억들
가슴에 돋아나니
인생의 맛과 조화
속속들이 아름답다
새사람으로 푯대를 향해
함께 사랑하며
사랑의 여울에 몸 담그고
생명의 길 십자가의 삶
구속과 누림의 은혜를
감사로 싹틔우고 새롭게 시작한다
나그네 인생 본향을 사모하며
주님 품에 안겨
순종의 길로 달려가길 다짐한다.

권태진 저, 「시작하다」 (성빛, 2016)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