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본을 세우자 3
[기획] 기본을 세우자 3
  • 관리자
  • 승인 2016.10.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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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담을 속 시원히 뚫어주는 ‘말의 기술’

얼마 전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진정성 있는 강연으로 눈길을 끌었던 배우 윤시윤, 프로그램에 참석한 500여 명의 대학생과 시청자는 그의 진정성 있는 강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맑은 얼굴로 말을 시작한 그는 어느 순간부터 진지한 눈빛과 솔직하고 때에 적절한 말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야말로 ‘청춘을 감동시킨 말 한마디’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언어문화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 요즘, 사람들은 왜 윤시윤과 같이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주목하는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정일 원장은 그의 저서 ‘성공으로 이끄는 따뜻한 말 한마디 - 부모·자녀 편’에서 ‘아무리 불신사회라 해도 말에 일관성이 있고, 자기가 한 말을 잘 기억하고, 남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해원 김윤호 시인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지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과 ‘말의 기술’이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며 “상대방을 알고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책임 있고 관심을 표현하는 말이 아름다운 말이요, 때에 맞는 적절한 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570돌을 맞는 한글날,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의 뜻을 생각해본다. 최근 정치가나 경영자의 바르지 못한 언어 때문에 논란이 촉발되는 사례들과 가정의 작은 충돌에서부터 국가 간의 분쟁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문제가 아름다운 말로 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가를 떠올려본다. 언어 사용은 그만큼 중요하다. 수필가 이정식 씨의 표현처럼 말이란 엎지른 동이물 같아서 한 번 쏟아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기에 항상 말조심해야 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적 풍조 속에 소통의 기회와 방법이 단절
복수의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의 개인주의와 이기적인 풍조 속에 소통의 기회가 줄어들고 소통의 방법을 상실하니 ‘말을 잘하는 사람’이 드문 것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김학원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은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와 이기적인 풍조를 지적하며 이웃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까이 있는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일에도 익숙하지 않은 자녀들에게 “여러 사람과의 소통 방법과 자연이나 환경과의 소통에 관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20대는 자신이 10대였을 때를 돌이켜 보며 철이 없었다고 하고, 30대는 20대였을 때를… 60대는 50대였을 때를 돌이켜보면서 철이 없었다고 말하는 모습을 가리켜 “사람들은 젊을 때일수록 ‘내가 맞고 남이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맞으면 내가 틀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도 맞고 남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것입니다.”라며 일찍부터 남의 말에 경청하고, 배려하고, 융통성과 지혜로운 대화의 방법을 배워 소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에는 생명력이 있어서 연습을 통해 자란다는 말이다.

청소년 언어문화의 심각성 드러나...
학생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바른말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2014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실시한 ‘학생 언어사용 관련 교원인식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학생들의 언어 사용에 있어 부족한 영역에 대한 질문에 교원들은 대화태도(43.7%), 듣기(34.3%), 말하기(15.8%), 자기표현, 몸짓(4.6%) 순으로 답변했다. 그 외에도 비속어·은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의식적 습관화’가 54.4%로 가장 많았고 ‘또래집단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37.1%), ‘비속어·은어가 재밌어서’(4%), ‘과시욕’(3.4%) 순이었다. 학생 언어 습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원인으로는 ‘인터넷상의 비속어·은어 범람’(38%), ‘TV 등 공공매체의 부적절한 언어사용’(19.5%), ‘SNS 등 소셜미디어의 확산’(13%), ‘가정교육 및 가족 간 대화 부족’(10.8%)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2015년에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웹사이트의 게시 글을 조사한 ‘청소년의 언어 실태 조사’에서도 청소년 언어문화의 심각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게시글의 32.3%가 욕설이나 상처 주는 말, 또래끼리 사용하는 은어로 채워져 있었고 주로 긴 말을 짧게 줄여서 사용하거나 단어의 초성만 쓰는 방식이 많았다. 욕설의 대상은 친구(48%), 가족 중에선 엄마(5%)가 가장 많았고 만 13세 이상 국민 1,000명에게 전화로 설문한 결과 성인(만 20세 이상)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6.2%가 10대(13~19세) 청소년의 은어 사용으로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고 3명 중 1명은 세대 간 ‘언어 장벽’까지 느낀다고 답변했다.

또래 간의 동질감, 자신들만의 정체성 표현
이와 같은 청소년만의 언어문화가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대통합위원회 최철규 소통공감부장은 “또래 간의 동질감 때문에 자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에서는 그야말로 습관적,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인터넷 공간 자체가 익명성을 보장하는 곳이다 보니 여과 없이 자기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말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언어는 자신들이 활동하는 영역, 연령대, 관심사, 소통하는 사람들의 특징 등이 포함되는 정체성을 표현한다. 청소년 언어에는 자신들의 관심과 동기, 상황에 적합한 용어들을 암호화하여 다른 계층과 구별 지어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청소년의 언어문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은 그것이 확산하여 심각한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거친 욕설이나 비하는 물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사, 심지어는 패륜적인 언행 들은 단지 피해자가 상처를 받는 것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 신체적 폭력, 정신적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바른 인격적 성숙을 위해서라도 바르지 못한 언어의 사용은 관리해야 한다. 이것은 어른들의 세상에서 사용되어 온 은어와 확실히 구별되는 점이다.

원선혜 기자


2016/10/1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