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꿈을 이루고 싶어요”
“한국에서 꿈을 이루고 싶어요”
  • 관리자
  • 승인 2016.10.0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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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차 한국 주부, 표제이미 씨

9월의 고즈넉한 오후, 표제이미 씨(39세)가 사는 경기도 군포시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현관문 너머로 수줍은 듯 반가운 듯 조용히 웃음 짓는 그녀, 옆에는 그녀를 똑 닮은 아들이 기대어 있었다.

표 씨의 고향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밤빵가’라는 곳이다.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3일 만에 결혼하고 2004년 3월, 한국에 왔다. 낯선 곳이지만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그런데 도착 직후 병중의 시아버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하고만 줄곧 살아온 표 씨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낯설었다. “시어머님은 안 계시고 저 혼자 시아버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어요. 게다가 몸이 편찮으셔서 더더욱 어려웠고요. 아버님 목욕시키고 옷 갈아입히는 일은 남편이 도맡아 했어요. 다행히 몇 달간은 간호해주시던 분이 계셨지만, 그 후로는 저 혼자 돌보게 되었어요. 그때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던 표 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남편이 다니던 교회에 출석하였는데 신앙의 힘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표 씨와 남편의 극진한 보살핌은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기까지 2년간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곧 큰 선물을 받았다. 첫째 딸이 태어나고 이듬해에는 둘째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변함없이 그녀 곁을 지키는 건 남편과 아이들이다. “열 살 딸아이는 요즘 피아노를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 아들은 아직 어린 떼쟁이라 조금 힘들어요.”라며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믿음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거라고 말했다.

올해 아홉 살인 아들은 초등학교에서 유아교육과 전공 대학생의 멘토링 서비스를 받고 있다. “어머니 나라의 언어를 그룹 지어 배울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어머니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이어가고 필요할 경우 어머니 나라의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나기를 바란다고 표 씨는 말했다.
한국에서의 명절도 이제는 매우 익숙해졌다며 이번 추석은 남편과 같이 장도 보고 맛있는 요리도 해먹고 시아버님 모신 가족공원에도 다녀와 한국의 여느 주부와 다름없는 명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남편 표 모 씨(50세)는 “아내는 명절 때마다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을 많이 그리워하지만, 아이들 생각해서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그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학교생활 잘하도록 돌보는 데에 열심이죠. 마음 깊은 우리 아내, 파이팅!”

표 씨에겐 가정 형편상 미뤄두었던 어릴 적 꿈이 있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대학에 진학하여 영어 교사로서의 꿈을 이루어가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일자리센터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에도 참여 신청을 해뒀다. 바리스타도 되고 싶고, 재봉기술을 배워 예쁜 아이들 옷과 멋진 커튼도 만들어보고 싶다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13년 차 한국 주부 표제이미 씨. 인터뷰 내내 밝고 편안하게 웃음 짓는 그녀의 모습에서 긴 세월 동안 인내한 보람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이라는 낯선 사회에 안착하여 13년을 지내온 그녀에게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원선혜 기자


2016/10/1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