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도박중독은 질병이다
[오피니언] 도박중독은 질병이다
  • 관리자
  • 승인 2017.01.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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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희(遊戱)의 동물이라고도 한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즐거움을 위해 여러 가지 놀이를 개발해왔으며, 그중 하나가 도박이다. 많은 사람은 도박을 하면서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도박을 놀이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또는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이용하다가 과도하게 몰입하여 결국 경제적인 피해를 보고, 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하기도 하며, 나아가 직장을 잃거나 사회적 관계까지 단절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도박중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도박중독에 대해 아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도박이란 무엇이며, 과연 도박중독은 무엇인지, 어떻게 발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도박중독자 가족의 고통이나 대처방법, 어떻게 도박중독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도박이란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돈이나 가치 있는 물건을 걸고 승부를 가리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화투, 카드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한 경마, 카지노, 경륜, 경정, 스포츠도박, 복권, 소싸움 등과 같은 도박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무수히 많은 불법도박도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행해지고 있지만,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도박도 있다. 예를 들어, 친구끼리 아직 일어나지 않은 어떤 사건 결과에 돈(만원)을 거는 속칭 ‘만원빵’, 직장 동료 간 점심내기 ‘사다리타기’가 대표적이다. 만원빵과 사다리타기가 도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가위바위보’를 하더라도 돈이나 가치 있는 것을 걸고 하면 도박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도박중독이란 ‘도박으로 인하여 본인과 가족 또는 대인 간 관계갈등을 비롯하여 재정적·사회적·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도박행위를 조절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절능력을 상실하고도 도박욕망을 억제하지 못하여 도박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의학에서도 도박중독을 정신장애 진단기준에 따라 ‘도박장애(gambling disorder)’라는 정신과적 질병으로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도박중독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의지의 문제나 부도덕한 행위로 보고 도박자를 비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박중독은 서서히 만성적으로 발병한다. 사람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도박을 재미로, 놀이의 수단으로 처음 접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도박을 놀이의 수단으로 여기고 아무 문제 없이 지내지만, 일부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큰돈을 따게 된(대박 경험) 후, 돈을 쉽게 벌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점점 도박에 빠져들면서 경제적 손실도 늘어난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의 대박경험을 떠올리며, 재정적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고, 조금만 더 하면 따게 될 것이라는 일명 ‘도박자의 오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결국, 가정파탄이나 실직, 심지어는 사기나 절도, 횡령과 같은 법적인 문제까지 발생하게 되는 도박중독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된다.

도박중독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중독자가 아니며, 언제든지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도박문제를 부정하고, 자신의 문제를 축소하며 합리화한다. 내가 도박하는 것은 맞지만, 중독수준은 아니며, 주변에 자신보다 훨씬 더 심각한 도박자가 많이 있으며, 그것에 비하면 자신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문제를 축소한다. 또한, 도박 빚만 갚으면, 그동안 잃었던 돈만 찾으면, 소위 본전만 찾으면 더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필자는 도박중독 치유 현장에서 도박중독자의 빚이 모두 없어져도, 잃었던 돈을 대부분 찾더라도 이들은 다시 도박할 이유를 만들고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도박중독자의 또 다른 특성은 자신의 도박문제나 원인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당신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주니까 내가 도박을 할 수밖에 없지.”, “도박은 나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인데 그것도 이해해주지 못하느냐?”, “내가 도박한 이유는 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야.”라는 식으로 도박 행동의 원인을 타인이나 환경적 상황에 전가해 주변 사람이 오히려 자기 때문에 또는 내가 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도박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이런 죄책감은 잘못된 것이다. 도박문제의 원인은 온전히 도박자 자신에게 있으며, 도박문제로 발생한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반드시 도박자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도박중독자의 가장 뚜렷한 행동특성은 거짓말이다. 이들은 도박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박사실을 숨기거나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고 점차 그 횟수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리고 이들의 거짓말은 너무나 뻔뻔하고 정교하여 사기꾼과 같은 수준이다.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처럼 꾸미기 위해 거짓말 위에 또 거짓말을 더 하는 이중 삼중의 거짓말을 조작한다. 주변에 도박 하면서 이런 특성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

필자는 앞에서 도박과 도박중독에 대해서, 그리고 도박중독의 발병과정과 도박중독자의 주요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다음 편에서는 도박중독자 가족이 겪는 고통과 가족들의 대처방법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2017/1/23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