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데스크]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적의 공간, 손민수 물리치료사
[현장데스크]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적의 공간, 손민수 물리치료사
  • 관리자
  • 승인 2017.01.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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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
그렇게 아무런 계획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선배의 권유로 안양시관악장애인복지관에 지원을 하고 입사를 하게 됩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1년 차 물리치료사... 엄청난 의욕을 갖고 달려들었던 임상은 생각과 너무 다른 곳이었습니다. 내 생각과 의지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병원 생활...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사표를 던졌고, 마침 이를 알게 된 선배의 권유로 장애인복지관이라는 곳에 덜컥 출근하게 됩니다. 그리고 약속과는 다르게 맞이한 업무들! 복지관에 입사할 때는 성인 운동치료와 수치료 담당이라고 했는데, 입사 3개월 만에 소아 운동치료와 소아 수치료로 담당으로 업무가 바뀌었다. 평소에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저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리였습니다. 결국 그렇게 1년만 버텨보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직장생활은 어느새 만 16년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복지관에서 아이들을 치료하는 1년 차 물리치료사... 게다가 수치료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초보 물리치료사에게 이번에도 임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따가운 눈초리와 쓴소리로 대하는 부모님이 있었고, 중간에 치료를 관두는 부모님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을 위한 기도뿐이었습니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아이들보다는 나를 위한 기도였습니다. ‘내 손을 통하여 아이들이 일어나게 하소서.’, ‘내 두 손을 통하여 아이들이 자유로움을 얻게 하소서.’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났고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걷지 못하던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이 물속에서 자유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수치료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분명 제게 소아 물리치료를 알려주신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위한 치료는 무엇이든 즐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너희들 같으면 그 어린 나이에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고 즐겁지도 않은 일을 꾹 참고 할 수 있겠냐고?” 수치료는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놀이와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웃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상에서 하는 동작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동작을 물 안에서 웃으며 해내는 모습을 보며 ‘수치료는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아이들이 걷고 수영할 수 없을 것 같던 아이들이 물에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내가 장애인복지관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소중한 경험들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많은 치료사와 부모님은 가끔 묻습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그만두지 않고 이곳에 있느냐고? 이곳은 제게 기적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병원에서는 시스템상 신체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지관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아이의 모든 문제를 봅니다.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좋아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앞으로 어떤 꿈을 가졌는지, 심지어 형제들과의 관계와 가정 형편은 어떤지까지도. 어쩌면 병원에 있었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한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같이 해결되지 않고 신체적인 부분만 개선되는 것은 큰 그림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모든 면을 함께 고려하지 못하면 아이들의 긴 인생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년에 한두 번씩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개인적인 활동을 하곤 합니다. 몇 년 전에는 3명의 뇌병변 장애인이들과 4명의 소아 물리치료사들이 2년 동안 준비해서 일본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고, 한국공항공사에서 개최했던 공모전에 지원하여 한 명의 휠체어 장애인 청소년과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려서 수치료를 받으며 물을 매우 좋아했던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서 장애스킨스쿠버 체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2016.11.19. KBS1 사랑의 가족 방송분). 주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이들은 여행에서 “선생님 저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며 좋아했습니다. 그때 같이 여행했던 아이들은 세네 살 때부터 수치료를 받던 아이들이었는데 어느새 고3이 되었고 이번 수능에서 모두 수시로 합격하였습니다. 한 녀석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대로 음악학과에 진학하였고, 한 녀석은 직업 재활의 길을, 다른 한 녀석은 사회학과에 진학하여 여행에서 꾸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꿈을 꾸게 만들어주는 일이 사서 고생하는 일일까요? 복지관의 치료사는 이런 면에서 신체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마음의 치료까지 해주어야 하고,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더욱 큰 꿈을 꾸게 만들어 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복지관에서 근무한지 만 16년, 횟수로는 18년이 되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앞으로도 복지관의 수치료실이 아이들이 많은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적의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수치료란?
넓은 의미의 수치료는 물의 물리적인 특성을 이용한 모든 치료를 의미한다. 여러 장비와 기구를 이용하여 문제를 가진 환자의 균형 조절 및 통증 완화, 관절·근육 이완을 도모한다. 복지관에서 행하는 수치료(수중운동치료-할리윅치료기법)는 부력을 이용해 정상적인 정립 자세를 만들어 보행훈련을 하고 물의 저항 및 밀도 등을 이용해 근력강화 운동 및 균형감각을 훈련한다. 또한, 호흡훈련을 통하여 심폐지구력 및 호흡능력, 증진능력도 향상시킨다.


2017/1/23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