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 앞둔 한국, 갈 길 먼 노인 일자리 정책
‘초고령화 사회’ 앞둔 한국, 갈 길 먼 노인 일자리 정책
  • 서한결 기자
  • 승인 2020.03.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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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예상··· 올해 65세 이상 인구, 전체의 15.7%
사회적 비용 줄일 수 있는 ‘노인 일자리 양’이 부족한 실정
재가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윤모 씨가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한결 기자)
윤모 씨가 재가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진=서한결 기자)

평균 연령 60세인 요양보호사 중 60세 이상은 '사회서비스원'에 소속될 수 없다. ‘사회서비스원’의 요양보호사 정년은 60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노인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에서 평균 연령 60세인 직업군의 노인들조차 배제된 셈이다. 전문가는 "정부가 정년 연장과 더불어 장애인 고용 장려금 같은 인센티브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원은 정부가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 보조인, 어린이집 교사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처우와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고용, 관리하는 기관이다. 작년 서울·경기·대구·경남 등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2년까지 17개 광역자치단체로 확대된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작년 3월 출범하면서 요양보호사의 정년을 60세로 고지했다. 서울시 복지재단 작년 6월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60세다. 기존 민간 센터에 소속됐을 때보다 월급제, 고용 안정성 등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 평균 연령이 60세인 요양보호사의 60세 이상 노동자는 배제된 셈이다.

또, 2018년 서울시 전체 요양보호사는 6만 8634명이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작년 120명의 요양보호사를 고용했으며, 올해는 총 2회에 걸쳐 295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채용 숫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재가 요양보호사로 8년째 일하고 있는 김모 씨(64)는 “전에 일했던 요양원에서 정년 때문에 나왔고, 정년이 없는 재가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됐다”며, “최저임금이 상승했다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수가도 제대로 지급 안하는 (민간) 센터의 값 질에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기획관리실은 요양보호사 ‘60세 정년’은 출범 당시 서울시 출현 기관들과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년 연장과 관련한 정책은 서울시청과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해당 기관의 입장이다.

정년은 요양보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중구 소재 D빌딩에서 3년째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송모 씨(62)는 “학력, 전공, 자격증이 있어도 나이에 걸려 할 수 있는 것은 파출부나 청소밖에 없다”면서 “열악한 환경과 갑질에도 짤리면 갈 곳이 없을까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한다”고 말했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

올해 0-4세 인구는 630만명인데 반해 65세 이상은 813만명에 달한다. (자료=통계청, 네이버)
올해 0-4세 인구는 630만명인데 반해 65세 이상은 813만명에 달한다. (자료=통계청, 네이버)

202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총인구의 15.7%에 육박한다. 유엔은 ‘고령사회’를 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18년 14.3%로 넘어섰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노인 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2025년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에 반해 노인 일자리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 1월 기준 60세 이상 인구는 1,166만 명으로 전체 15세 이상 인구 4,466만 명의 26%에 달한다. 그러나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484만 명으로 전체 1166만 명의 41.5%에 불과하다. 60세 이상 여성은 641만 명 중에 207만 명인 32.3%로 남성 526만 명 중 277만 명인 52.7%에 비해 한참 낮다.

어르신 일자리 ‘양’이 문제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노인 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2025년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서한결 기자)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노인 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2025년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폐지 줍는 노인의 모습이다. (사진=서한결 기자)

서울시 고령자현황 통계를 보면 2019년 3분기 서울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내국인 인구의 숫자는 146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서울시가 올해 ‘2020년 어르신 일자리사업 추진 계획’을 통해 제공할 일자리는 월 27만원 지급하는 공익 형 일자리 6만 700개를 포함한 7만 6000개뿐이다. 실질적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민간 형 일자리는 취업 알선형 2300개가 전부다.

서울시 복지정책실 인생이모작지원과 고순화 주무관은 “어르신 일자리 사업은 다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복지부와 매칭 사업이라 예산 등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사실상 노인들의 80~90%는 풍족하게 생활하지 못하며, ‘일하고 싶다’고 답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5~80%에 달한다”면서 “일자리가 양질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공익형 일자리라도 지원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방향은 적절하나 일자리의 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민간에서는 노인을 고용하려는 의지와 욕구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정년 연장과 더불어 장애인 고용 장려금 같은 인센티브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고 제조업 등 노동력이 유지돼야 하는 상황에서, ‘노년층의 생산성은 무조건 낮다’라는 인식을 버리고 전문성을 살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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