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자녀를 향한 따뜻한 보살핌… 통일 시대 인재 양성의 첫걸음”
“탈북민 자녀를 향한 따뜻한 보살핌… 통일 시대 인재 양성의 첫걸음”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0.04.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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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다음 세대, 통일세대로 키우기(2)
탈북청소년에게 성인 수준의 요구는 역효과… 사랑으로 품고 기다려줘야
통일 한국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청소년에게 걸 맞는 정체성 및 역사교육 필요
한국 사회와 교회가 이를 위해 관심 갖고 교육에 과감한 투자해야
임창호 목사 고신대학교 교학 부총장 /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이사장
임창호 목사
고신대학교 교학 부총장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이사장

탈북민 자녀, 교육 보다 보살핌 선행돼야

한국 사회와 교회는 탈북민과 이들의 자녀들이 한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교육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다. 탈북 청소년들이 10년, 20년 뒤에 한국에서 성장한 아이들과 함께 통일 한국 시대를 세워가야 할 주인공들인데도 말이다.

한국 사회와 국민들은 탈북 청소년들에게 탈북 성인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북한말 하지 말고 빨리 한국말을 배워라, 공부해라, 한국문화에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해라, 이 나라는 공부해야 하는 곳이다, 따돌림을 당해도 이겨내고 한국 아이들과 경쟁해서 따라가야 한다”

대부분 탈북민의 자녀들은 북한 혹은 중국에서 태어나거나 수년간 이곳 저곳을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엄마가 있는 한국 땅에 들어왔거나, 학교의 교정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꽃제비로 수년을 방황하다가 엄마를 찾아 들어왔거나,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무연고자로 방황하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한국에 들어온 자녀들이다. 이들에게 위의 예시처럼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요구다. 지금까지 험난한 생활을 해온 그들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요구다.

북한 아이가 북한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경상도 사람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전라도 사람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과 같다. 꼭 서울말을 해야 하는 필요가 있는가? 탈북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바뀔 때까지 지켜봐 주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때부터 기를 꺾어버리고 열등 국민 취급하는 것은 공공연한 차별이고 공격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열등함을 안고 있는 탈북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자라온 환경에서 배운 것들을 빨리 지우라고 하니 이들은 더 괴롭고, 힘들고, 자존감마저 사라진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공부가 힘든 것이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국적과 지역을 불문하고 격동적인 감정 변화를 느끼는 어려운 시기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잔혹한 여정을 통해 아픔과 상처를 안고 이 땅에 들어온 탈북청소년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슴 깊이 헤쳐진 상처의 치유와, 가정같이 따뜻한 사랑의 보살핌이 우선되어야 한다. 치유와 보살핌 없는 교육은 이들에게 무용한 것이다. 쓴 뿌리와 분노의 상처를 그대로 가슴에 묻어둔 채 공부를 시키고, 빨리 한국말을 배우게 하고, 학교 졸업장을 수여 한다면 획득된 지식과 학력은 결국 훗날 이웃과 사회를 향해 상처를 토해내고 쓴 뿌리를 휘두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탈북민 자녀, 통일시대의 귀한 인재

한국 정부와 사회, 교회는 이들을 위하여 특별한 관심을 두고 ‘통일시대 인재양성’의 차원에서 교육 사역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북한에서 기초를 닦고 북한사회를 아는 탈북민 자녀들이 한국에서 한국 사회를 배우고 국제적 감각을 훈련받으면 훗날 북한 사회에 가서도 유용하게 쓰임 받을 수 있다. 이들을 한국 사회에 북한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과 남한을 둘 다 아는 이들을 국제사회 속에서 통일 한국을 위한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

한편, 최근에 중국에 팔려 간 탈북민이 낳은 자녀들이 그동안 중국에서 자라 청소년이 되면서 엄마를 찾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에게 팔려가 중국에서 사는 북한 여성이 15만 명에서 20만 명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많은 여성들이 한국에 입국했고 청소년이 된 자녀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4년도, 976명 입국) 한국으로 들어온 자녀들은 한국말을 잘 못 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자녀가 입국할지 모른다. 통일시대에 중국 생활과 중국어도 능통한 탈북민의 자녀들이 동북아시아를 위한 주요한 인재들로 활약하게 될 수도 있다.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역사, 문화를 집중적으로 교육해 한국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별히 이들에게는 정체성 교육을 강화하여 장차 동북아시아 시대에 주요하게 쓰임 받는 기독 인재로 양성해야 할 것이다.

 

탈북대안학교를 위한 관심과 후원 필요

북한선교는 탈북민 선교가 그 원천이며, 탈북민을 돕는 것이 북한선교다.

무엇보다 통일 세대 양성과 기독교 인재의 양육은 한국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중요한 사역이다. 한국교회가 교육에 힘썼을 당시는 엄청난 부흥을 체험했다. 그러나 교회가 교육에 무관심하면서 침체일로를 걷는 것을 역사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1908년 조선예수교장로회독노회 제2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전국의 교회 및 예배처소가 1119개소였고 각 교회들이 세운 부설 소학교 수가 542개교였다. 놀라운 것은 평안북도의 예배처소가 108개인데 반해, 교회들이 세운 소학교의 수는 148개나 되었다. 한 교회가 두 학교 이상을 세웠다는 말이다. 1909년에는 소학교가 694개로 늘어났다. 교회가 세운 학교가 일 년 만에 152개나 늘어난 것이다. 100년 전, 한국교회가 100년을 내다보고 세운 학교와 교육의 열매가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통계를 살펴보면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교회의 교회학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한국교회 성인 교인들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의 교회학교에 투자되는 재정은 평균 교회 예산의 1/20 수준이다. 경상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투자되는 곳이 교회 건축비용, 그리고 선교비 등이다. 한국교회는 건축하는 교회, 해외 선교하는 교회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자녀교육에는 관심 많이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거의 모든 한국 가정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는 경비는 자녀교육비일 것이다. 자녀가 희망이요, 미래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다. 단순 논리로 본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교회들은 이제 통일 한국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관심을 돌리고 투자를 해야 한다. 각 교회의 교회학교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에 한국교회들이 교파를 초월하여 후원하고 투자해야 한다. 교회가 후원하면 청소년들은 교회를 바라볼 것이고, 교회의 자녀들이 될 것이다. 신앙도 그렇듯이 교육 없이는 어떤 성장도 없는 것이다.

 

전국 탈북대안학교 현황

참고로 전국에 산재한 탈북대안학교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부 최근 발표현황에 의하면 전국 탈북대안학교의 수는 15개교이다. 서울에 10개교(여명학교, 다음학교, 삼정학교, 금강학교, 겨레얼학교, 한민족학교, 두리하나학교, 우리들학교, 하늘꿈학교, 물망초학교), 경기에 2개교(한겨레학교, 한꿈학교), 강원에 1개교(셋넷학교), 충남에 1개교(드림학교), 그리고 부산에 1개교(장대현학교) 등이다.

이 가운데 10여 곳은 기독교계 대안학교며 기독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참고로 물망초학교는 천주교, 한겨레학교는 원불교를 배경한 경영자가 운영한다. 교육청 위탁 교육기관으로 국가의 학력 인정을 받은 학교는 3곳(여명(중등)학교, 드림학교, 장대현학교)이고, 대안 고등 인가 2곳(여명학교, 한겨레학교), 나머지는 아직 모두 미인가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충청남도 이남에는 영호남을 아우르는 부산 장대현학교가 2014년 3월에 개교하여 이 지역의 유일한 탈북민학교가 되었고, 2014년 11월에 위탁 교육기관으로써 학력을 인가받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