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망포2동행정복지센터 찾아 재난기본소득 기부한 5살 어린 아이
수원 망포2동행정복지센터 찾아 재난기본소득 기부한 5살 어린 아이
  • 마경은 기자
  • 승인 2020.05.08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금 100만원·스케치북·색연필 등 학용품 기부···“기부 캠페인 알고 선 듯 나서”
김유하양이 기부한 100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와 학용품 상자.
김유하양이 기부한 100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와 학용품 상자. (사진=수원 망포2동행정복지센터)

5살 어린 아이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성금 100만원과 학용품을 기부하는 가슴 따뜻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 5월 1일, 김정훈(36)·이소영(36)씨 부부는 두 딸과 함께 수원 망포2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김씨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아이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현금 100만 원과 스케치북·색연필 등 학용품을 기부했다. 이날 기부의 주인공은 김씨 부부가 아닌 다섯 살 난 첫째 딸 유하였다. 성금 100만 원이 든 봉투에는 ‘김유하’라는 이름이 비뚤배뚤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김정훈씨는 “유하 몫으로 지원받은 재난기본소득을 모아 기부한 것”이라며 “평소에 유하가 ‘주변에 어렵게 사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 ‘유하도 기부를 할 수 있다’고 알려줬더니 좋아하며 기부를 하러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유하양의 기부는 코로나19가 계기가 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유치원이 휴원했고, 엄마, 아빠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김씨 부부는 평소보다 책을 많이 읽어줬다. 특히 위인전을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 위인은 성공한 후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

이소영씨는 “빌 게이츠, 이태석 신부님 위인전 등 30~40권을 읽어줬는데, 주인공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위인전이 많았다”며 “위인전을 읽으면서 유하가 ‘나도 부자가 되면 어렵게 사는 친구들에게 맛있는 걸 많이 사주고 싶다’고 자주 얘기했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 신청하면서 ‘기부 캠페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김씨 부부는 ‘좋은 기회가 왔다’ 싶었다. 

유하에게 기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기부를 하겠느냐”고 물었다. 유하양은 자신도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냥 기뻐했다.

유하양 몫으로 지급된 아동돌봄쿠폰(7세 미만 아동에게 40만 원), 수원시·경기도 재난기본소득(각각 10만 원), 정부가 지원할 긴급재난지원금(수원시는 4인 가구 기준 87만 1000원)을 합쳐 10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돈의 가치를 아직 잘 모르는 유하양에게 기부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문구점에서 학용품을 사서 함께 기부했다. 기부한 학용품은 유하양이 직접 골랐다.

김정훈씨는 “기부에 관심은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는데, 재난기본소득 덕분에 기쁘게 기부를 할 수 있었다”며 “유하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수원시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유하양의 기부금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학용품은 망포2동행정복지센터가 관내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에게 나눠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