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는 석 자가 아니라 천금(千金)
내 코는 석 자가 아니라 천금(千金)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0.05.19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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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코에서 시작되었다(1)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비염·중이염

고교 시절부터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온 교수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만 16개월 된 손자가 40℃ 이상의 고열로 하루 에 다섯 차례나 응급실을 다녀왔는데도 차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코감기에 걸린 지 며칠이 지난 후였고 비염, 폐렴, 화농성 중이염 등으로 온 집안에 비상이 걸리고 나서야 필자가 떠올랐다고 했다.

집안 사정을 꿰고 있는 사이였지만 다급해지니 이비인후과와 중대형 병원으로만 발길이 향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없으니 당장 오라고 했다. 30분도 안 되어 진료실로 들이닥쳤다.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니 코는 완전히 막혀 있고 귓속에는 염증으로 고름이 가득 차 있었다. 코안과 부비동에 쌓인 고름부터 뽑아냈다. 곧 이어 코뼈 교정을 통해 코의 숨길 확보에 나섰다.

염증은 점성이 높고 양도 많아서 10여 차례를 반복하고 나서야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이는 있는 힘껏 울어대고 엄마는 훌쩍대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치료할 수 있다는 말로 계속해서 달랬다.

“집에 가서 처음으로 편하게 잤다”고 했다. “열도 떨어지고 입으로 숨을 쉰다”고도 했다. 10회차 치료에 전체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런 꼬마가 요즘에는 약간의 감기나 코막힘만 있어도 내원한다. 요놈도 코가 시원한 게 익숙해져서인지 치료 끝날 즈음엔 “끝! 끝!”이라 며 치료 중단 사인을 해서 치료실에 웃음이 끊어지지 않는다.

 

학습장애

고3이 되면 아이들은 반쯤 넋이 빠진 모습이 된다. 엄마는 아이들의 예민한 눈빛을 피하느라 좌불안석이다.

눈이 반쯤 들떠 있는 고3 여학생이 왔다. 잠시의 대기시간이 길게 느껴졌던지 엄마에게 볼멘소리를 하며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내 앞에서도 입안에 사탕을 열 개는 물고 있는 것 같았다.

“얘가 고3인데 너무너무 피곤해해요. 약이라도 먹였으면 하는데 어떨까요”

필자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의 하나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자취생활 5년여 동안 다른 친구들이 먹는 만큼 굶어야 했기에 영양부족의 연속이었다. 필자의 고3 시절을 얘기해봤자 그에게는 신파조다. 아부 작전으로 변경했다.

“너 대단하다. 그동안 몹시 힘들었을 텐데 예쁜 얼굴이 그대로네. 공부에 찌들면 얼굴이 상해서 미워지는데,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예쁘니”

학생의 입 주변이 씰룩거리고 코 평수가 넓어지는 게 약발이 먹히는 모양이다. 그제서야 눈길을 내게로 향하고 말문을 열었다.

“시간은 7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공부가 안돼요. 1시간 반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고 나면 너무 졸리고 하루 종일 멍해져요.”

“지쳐서 그래. 생각해봐라. 네가 철인이냐? 새벽에 눈 떠서 밤 한두 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드는데 무슨 재주로 견디겠니? 체력도 바닥, 정신도 바닥이지.”

학생은 코뼈가 심하게 휘어 숨길이 좁아져서 코호흡이 어려운 상태였다. 낮에는 입으로 숨을 쉰다. 밤이 문제다. 짧은 수면시간에 수면 무호흡까지 와서 피로가 풀리지 않으니 낮에 졸림이 심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눈물을 글썽인다. 엄마는 아이와 필자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나중에 귀띔해주는데, 엄마가 한마디만 해도 아이는 저승사자로 변했단다.

고3 학생들은 병원에 오고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디서 시간을 빼 병원에 10회나 다닌다는 말인가. 하지만 ‘공부는 시간 싸움이 아니라 집중력 싸움’이다. 3회가 지나면서 조금씩 까불더니 6회가 되자 이렇게 물어왔다.

“선생님, 오늘 저 깜짝 놀랐어요. 공부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듯 느껴져서 시계를 보았는데 다섯 시간이 지난 거 있죠.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생님 말씀이 떠올라 조금 쉬었어요. 공부도 과식하면 안 된다고. 탈나면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고, 공부도 아껴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하셨죠. 헤헷.”

“바로 그거야. 할 수 있지만 참을 수 있는 것도 공부야. 공부는 마라톤이니까 꾸준히, 하지만 은근히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거야. 더 빨리 뛸 수 있지만 나누어 뛰는 거, ‘소걸음 천리 주법’이라니까~.”

그의 학습장애(learning disability)는 풀려갔다. 이러한 문제가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하는 직장인, 기억력이 가물거리는 노인, 건망증으로 고민하는 주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코로 편하게 숨을 쉬고 맑은 뇌로 공부와 업무에 완전 몰입하게 해주는 특화된 치료법이 통뇌법이다.

 

지적장애(知的障碍)

고교 시절 친구의 누님이 내원했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런데 누님의 손에는 누님보다 두 배 정도 큰, 아들의 손이 쥐어져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원장님.”

옆에 있던 녀석이 어느새 누님 뒤편으로 갔다. 눈의 초점이 절반 이상 흐려져 있는데다 반복적인 손가락 움직임, 안절부절못하는 몸이 영락없는 지적장애(知的障碍, intellectual and developmental disabilities)다. 몰랐던 사실이라 많이 놀랐지만 걱정이 앞선다. 누님의 예쁜 얼굴에 기미가 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지나간 어려웠던 시간들에 대해.

“나는 죽어도 발을 뻗지 못할 거예요.”

누님의 한마디가 7, 8년이 지난 지금도 귓가를 때리는 듯하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녀석을 달래고 협박하며 치료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식구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와 말한다.

“원장님, 좋아진 것 같지 않아요? 처음 왔을 때는 무엇을 하든 가만히 있지를 못했는데 요즘은 많이 얌전해졌어요. 뇌혈관의 혈액 흐름이 좋아진 게 보이잖아요. 눈도 맑아지고 입술, 혀, 안색까지도…. 언어구사력이 상당히 좋아졌어요.”

반복적인 그의 손가락 움직임도 얌전해졌다. “엄마 밥”, “엄마 물” 하던 단순한 표현이 “밥이 먹고 싶어요”, “치료하기 싫어요” 등으로 변해갔다. 글씨를 쓰는 손의 움직임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얼마 전에는 이전에 해놓은 숙제를 금방 해놓은 것처럼 거짓말을 했단다. 일반적인 애들이라면 야단을 맞겠지만 우리 모두는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어떤 의미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3개월이 되던 날, 눈물이 고인 채로 누님이 진료실 문을 열었다.

“원장님, 우리 아이가 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은행가서 10만 원을 찾아왔어요. 현금인출기에 비밀번호를 누르고요. 원장님, 이제 는 죽어도 발을 뻗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고마워요.”

캐나다로 떠난 그 녀석이 문득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머리뼈의 움직임을 제한하던 부비동골 내부의 염증을 없애고, 비중격과 코의 날개 구조를 교정하고, 부비동뼈를 들어 올린 후 경추의 병목구간을 뇌척수관 확장술을 이용해 없애니, 머리와 척추뼈 속을 드나드는 뇌척수액 과 뇌척수신경다발, 척추혈관의 흐름이 정상화된 것이다. 통뇌법의 신비로움에 개발자인 나 자신도 놀랄 때가 있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