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뼈가 휘어졌다
코뼈가 휘어졌다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0.06.02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것은 코에서 시작되었다(3)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비중격천공

“코 가운데에 있는 뼈[鼻中隔, 비중격]가 휘어져 숨쉬기가 어려워져 수술을 네 번 했는데 더 이상은 안 된답니다.”

더운 여름 어느 날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 환자가 진료실 문을 박차듯이 들어와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동네 이비인후과, 국내 3대 병원에서 비중격 수술을 하고도 다시 휘었으니 한의원 같은 데서는 못 고치는 거 아닙니까?”

기나긴 치료에 지친 환자분들이 억울했던 지나간 날들의 시간적·금전적·정신적 손실을 말로나마 보상받고 싶어서 던지는 말이었다.

환자의 콧속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코 중간에 있는 피부에 구멍이 나있어 코뼈 속의 동굴인 벌집구조의 사골동이 들여다보이는 게 아닌가. 비중격천공(鼻中隔穿孔)이었다. 네 번째로 모 의료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에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비중격 수술을 자주하면 비중격에 구멍이 날 수 있다. 요즘에는 코 막힘을 고친다고 비중격을 바로잡는 이비인후과 수술과 콧대를 높이는 성형외과 수술을 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비중격을 둘러싼 일부 피부를 잘라내며 봉합하는데, 반복된 수술이나 소작, 타격, 심한 코파기, 국소비점막 혈관수축제 등에 의해 봉합한 부위가 터져 피고름이 부비동으로 들어가면 그곳도 감염돼 염증이 생긴다. 코의 건조, 폐색, 출혈 등이 발생한다.

비수술 교정법인 비중격 교정술로 휘어진 비중격을 바로 펴주는 시술부터 했다. 3회가 지나자 부비동에 고여 있던 피고름이 쏟아지며 코뼈가 바로잡혀갔다. 염증이 줄어들면 당연히 숨쉬기도 좋아진다. 구조를 정상화함으로써 기능을 회복해준 것이다.

비중격이 휜 것이 문제를 일으켰는데, 그것을 해결하니 다른 것까지도 풀렸다. 비중격이 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타박에 의한 변형이다. 콧속을 내진해보면 비중격은 타격이 온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휘거나 깨어져있다. 깨진 뼈의 연결 면이 톱니구조를 하고 있다. 어릴 때 넘어져서 변형된 경우에는 언제 타박이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둘째, 부비동에 염증이 차서 좌우 압력 차이로 비중격이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다. 부비동에는 상악동, 전두동, 사골동, 접형동이 있는데, 코 양쪽에 있는 벌집구조의 사골동과 상악동에 염증이 생기면 좌우 압력 차이로 비중격이 한쪽으로 밀리면서 휘어지게 된다.

비중격 수술을 하다 보면 비중격을 둘러싼 주변 피부가 짧아져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 구멍이 났다며 ‘비중격천공’이라 부른다. 천공 부분이 곪으면서 부비동에도 염증이 차게 된다. 이 문제는 비중격을 바로 잡아 부비동에 있는 고름을 빼냄으로써 호전시킬 수 있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 중에서,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