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스천이 가야 할 길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좁은 길’
[인터뷰] 크리스천이 가야 할 길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좁은 길’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0.06.29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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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천로역정' 최철규 작가
작업실에서 최철규 작가의 모습 ⓒ서다은 기자
작업실에서 최철규 작가의 모습 ⓒ서다은 기자

인생의 끝에서 기적적으로 하나님을 만난 최철규 작가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전 3권)’을 펴냈다.

이 책은 5만 권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지난해 기독 출판계에서 가장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천로역정의 내용처럼 크리스천의 최종 목적지는 하나님 나라다.

그렇기에 최 작가는 땅의 복에 더 많은 관심과 가치를 두지 않고, 모든 관문을 거쳐 천성을 가는 진정한 믿음의 순례자가 되길 소망한다.

그 길을 함께 가자고 이야기하는 최철규 작가를 만났다.

죽음의 문턱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최 작가는 한국 만화계를 대표하는 이현세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1991년 만화계에 입문했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났지만, 돈을 좇아 원고료가 높은 성인 만화를 그렸고 술과 담배까지 하며 세상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살았다.

그런데 최 작가가 28살이 되던 해 갑자기 폐병이 찾아왔고, 한 달 만에 병이 극도로 악화됐다.

“기흉 판정을 받은 오른쪽 폐가 혈흉으로 변해 폐 조직이 썩으면서 각혈을 했어요. 패혈증 증세까지 나타나니 의사가 수술해도 안 해도 곧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최 작가는 죽음의 문턱에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아버지, 어머니께 불효한 것이 생각났다.

성경 읽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병을 고쳐주신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마지막으로 효도하는 셈 치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최 작가는 성경에 기록된 지옥에 대한 말씀을 보게 됐고, 덜컥 겁이 났다. 지옥이 정말 있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수술받기 전날 하나님, 예수님이 정말 계신다면 마지막으로 기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병원 2층에 마련된 기도처소에서 기도했어요. 살려만 주시면 성인 만화를 그만두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겠다고 하나님께 매달렸어요. 기도하고 올라와서 수술하기 전 마지막 검사를 위해 X-ray를 찍었는데,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도하는 4시간 동안 최 작가의 오른쪽 폐가 정상으로 펴졌고, 모든 농이 사라졌다.

이 소식을 들은 의사들이 다른 병동에서도 찾아올 만큼 기적과 같은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났다.

성령 체험으로 180도 변화된 삶

최 작가는 퇴원 후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그동안 잘못된 가치에 마음을 두고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세상 사람들보다 더 악하게 살았던 자의 죄를 용서해주시고, 의사도 포기한 인생을 다시 살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변화된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최 작가는 먼저 하나님께 서원한 것을 갚기 위해 기독교 만화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과 달리 수입이 1/5로 줄면서 갈등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할 때 마음이 평안했다.

최 작가의 변화는 성격과 성품에도 나타났다. 부모의 마음에 대못을 박던 아들이 효자가 되었고, 화나면 욱하던 사람이 엎드려 울며 하나님께 기도하는 자로 변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혈기를 참지 못해서 싸움까지 번지는 일이 많았어요. 지금은 성격이 완전히 변했어요. 예전의 저를 아는 분들이 제가 아닌 것 같다고 해요. 독기도 없고, 바보가 된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최 작가는 영적으로도 민감한 사람이 되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일이 생길 때마다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기도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제가 똑바로 안 해서 온 것이 아닐까 하며 회개했어요. 모든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 그것이 크리스천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요. 지금도 하나님의 온전한 뜻을 삶으로 살아내며 본이 되는 자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머릿속으로 항상 ‘실수하면 안 되지, 구별된 자로 살아야 하지’라고 되뇌면서요.”

좁은 문, 좁은 길로 가다

최 작가는 이 시대에 하나님을 위해 해야 할 게 뭐가 있는지 기도를 드렸고, 그때 하나님께서 어머니 머리맡에 있던 두 권의 책을 생각나게 하셨다.

한 권은 성경책이었고, 나머지 한 권은 존 번연의 기독교 고전 <천로역정>이었다.

최 작가는 곧장 천로역정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고난과 유혹을 헤치고 천성을 향해 가는 순례자를 통해 크리스천이 걸어야 하는 길은 ‘좁은 길’이라는 인생의 방향성을 깨닫게 됐다.

그 뒤로 최 작가는 천로역정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로 소개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최 작가가 선택한 길이 하나님이 보여주신 길이었지만, 책을 집필하는 동안 수많은 시련이 찾아왔고, 연단과 인내의 순간이 계속됐다.

“출판사에서 선인세를 많이 주지 않아 자비량으로 책을 펴내야 했어요. 7명이 해야 하는 작업을 혼자 하다 보니 손에 무리가 가서 한창 만화를 그리던 중 검지 인대가 끊어져 14개월 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하나님을 많이 원망했죠.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만화를 그리겠다고 기독교 만화를 시작했는데…. 수입이 끊겨 집에 식량이 다 떨어지고 강남에 살다가 돈이 없어서 경기도 외곽까지 집을 옮겨 다니는 상황이 닥치니 가족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원망의 마음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최 작가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기간 동안 천로역정 원작을 백번이나 읽었다. 그때, 자신이 써놓은 천로역정 스토리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제가 써 내려간 글과 그림에 신앙이 깊어지면, 나의 의로 인해서 천성에 간다고 써놓았더라고요. 그것을 발견하고 정말 많이 울며 회개하면서 다 수정을 했습니다. ‘천국은 하나님의 은혜로 가는 것이고, 우리는 천국 가는 데 1%도 도움이 안 된다. 100% 하나님의 은혜로 가는 것이다’라고 원작의 내용으로 선회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2월, 집필을 시작한지 6년 만에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 3권이 출간됐다.

최 작가는 책을 받던 날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순종하는 자를 높이시는 하나님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이 출간됐지만, 현실은 너무나 궁핍했다.

하지만 최 작가 부부는 모든 것이 하나님이 시켜서 순종한 것이고, 잘 먹고 잘살려고 한 것이 아니니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하나님은 최 작가의 삶에 또 한 번의 기적을 보여주셨다.

“많은 교회에서 간증집회 섭외가 무서울 정도로 밀려왔어요. 9개월 동안 지방에 있는 교회까지 다니며 56회의 간증집회를 했습니다. 저는 원래 말을 잘 못 하는 사람이었어요. 너무 떨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하나님께서 떠오르게 하신 말씀을 전한 것 같아요.”

최 작가는 간증집회 뿐 아니라 여러 기독교 방송국에 섭외되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하나님이 지난날 함께 해주신 은혜를 나누며,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전했다.

2019년 6월, CBS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든 천로역정을 수입해 배급했고, 많은 사람이 영화 때문에 더 이상 책이 팔리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영화 덕분에 책이 더 잘 팔리게 된 것이다.

“영화는 러닝타임 때문에 내용이 각색되어 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제 책이 천로역정 원작을 그대로 담은 책이라고 소문이 나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분이 책을 구매해 주셨어요.”

하나님은 한순간에 최 작가를 높여 놓으셨다.

그리고 최 작가를 손가락질하며 조롱하던 이들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천로역정이 갑자기 매스컴에 노출이 많이 되면서 그동안 저를 조롱하며 ‘적당히 믿지 종교에 미쳤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저한테 하나님이 진짜 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스승이신 이현세 작가님께서 ‘예수 믿으려면 너처럼 믿어야지’라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정말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작은 것에 충성했을 뿐인데 하나님께서 착하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하나님이 맡겨주신 것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면, 하나님께서 직접 일해주시고 채워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존 번연 박물관에 전시된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 ⓒ최철규 작가
존 번연 박물관에 전시된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 ⓒ최철규 작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

최 작가는 때로는 고난이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고난을 겪지 않고서는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지금까지 겪은 수많은 고난과 연단, 그리고 기적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되었다.

최 작가는 형편이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분명 필요를 채워주시고 함께 해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저는 삶에서 복을 받으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에요. 그 복을 뛰어넘는 천국의 영원한 기쁨을 봅니다. 굳건한 믿음의 순례자를 많이 만들어내라는 하나님의 뜻에 계속 순종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하나님의 은혜로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 1부가 한국어판 최초로 현재 영국 베드포드 엘스토우에 있는 존 번연 박물관에 헌서돼 전시되어 있다.

최 작가가 준비하고 있는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 2부가 출판되면 그 책도 존 번연 박물관에 헌서하기로 되어있다.

“1부는 선교사님을 통해 전달했지만, 2부는 아내와 함께 존 번연 박물관에 직접 가서 헌서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일이에요. 저는 정말 소망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저를 연단해서 들어 사용하셨어요. 저는 100% 넘어지는 사람이지만, 하나님은 100% 저를 일으켜 세워주실 분임을 믿습니다.”

최 작가는 오늘도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천성을 향해 가는 순례의 여정에 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