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를 만드는 병, 중풍
불효자를 만드는 병, 중풍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0.07.27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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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도 괴로운 병(3)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풍(뇌경색2)

진료실에서 휠체어를 탄 반신마비의 노년 중풍 환자와 그분의 자녀들을 상대로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상담할 때였다. 오래 씻지 않았는지 환자의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났다. 모른 척하고 설명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이렇게 내뱉었다.

“이 ○○놈의 늙은이 뒈지지도 않는다니까!”

깜짝 놀랐는데, 의사를 하다 보면 가끔은 겪는 일이기도 하다.

어제 지인이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40세에 걸린 간암이 온몸에 퍼져 1년여 투병 끝에 하늘로 떠나갔다.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는 것 외에는 없다는 현실이 늘 가슴 아팠다. 투병 중 그는 20여 년간 보지 못했던 생모를 만나 친어머니 품에 안겨 세상을 떴다. 아버지는 크리스천이 되도록 인도하는 축복을 주고 떠났다.

중풍은 가족을 찢어놓지만, 암은 가족을 결합하기도 한다. 암은 효자를 만들지만, 중풍은 불효자를 낳는다. 중풍은 구미호처럼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삼세번의 특징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회차에는 대부분 많이 회복된다. 건강을 거의 회복하기 때문에 재발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다시 걸리는데, 2회차에서는 어딘가를 못 쓰게 된다. 3회차가 되면 여기보다는 천국으로 가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바로 심각해지는 환자도 있다.

언제 회복될지, 언제 돌아가실지를 모르는 지긋지긋한 병이 중풍이다. 중풍 환자분이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중풍 걸리기 전에는 이런 병 걸리면 죽어버려야지 그랬는데, 지금은 살고 싶어요. 막상 중풍으로 쓰러져보니 힘들어하는 식구들 볼 때마다 죽고 싶은데, 죽을 수 있는 능력조차도 없네요.”

중풍은 누군가의 곁에 너무 오래 있을까봐 두려워하는 ‘시간에의 이질감’을 선사한다. 중풍의 삶에는 ‘언제’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중풍든 남편을 26년이나 간병해온 천사의 얼굴을 지닌 여 권사님이 떠오른다. 항상 단정하지만 슬픈 모습을 지닌 그분은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마음 놓고 밝게 웃으셨다. 편안한 얼굴을 보여주신 것이다.

긴 병에는 효자가 없다. 인생은 풀기 어려운 숙제들과 함께하는 길이다. 30여 년을 중풍 전문 의사로서 살아오면서 늘 하는 기도가 있다. “오래 살기보다는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게 해주소서.”

 

과도한 운동이 초래한 마른 중풍

혈액이 우리 몸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5초이고, 전체 혈관의 길이는 12만㎞이다. 이 먼 길을 혈액이 정해진 시간(45초) 안에 돌려면 여러 가지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심장이 혈액을 뿜어낼 때 말초혈관은 열린다. 피가 쉽게 흐르게 하기 위해서다.

경동맥(頸動脈)이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원뿔 구조인 이유는 머리로 혈액이 올라갈수록 중력 때문에 압력이 떨어지는 것을 역학적으로 보정하기 위해서다. 베르누이 효과를 노린 것이다. 발쪽으로 밀어낸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올 때는 다리 근육(특히 종아리)의 짜주는 힘이 큰 도움이 된다.

혈액 내부로 들어가 보면 더 놀라운 협력체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LDL(low density lipoprotein, 저밀도 지질단백질)과 HDL(high density lipoprotein, 고밀도 지질단백질)이 있다. 저밀도 지질단백 질인 LDL이 하는 일은 쉽게 설명하면 ‘혈액에 기름(윤활유)을 칠하는 것’이다.

혈액에 있는 영양물질은 동맥으로, 쓰레기는 정맥으로 순환한다. 그러나 허파에 있는 동맥과 정맥은 반대로 기능한다. 첨가물인 영양물질 때문에 혈액은 끈적거린다. 혈액은 각종 장기와 근육을 통과하기 때문에 방해도 받는다. 따라서 혈관에는 혈액이 잘 흐르도록 미끄러짐을 증가시키는 ‘기름칠’이 필요하다. LDL이 바로 그 일을 한다.

고밀도 지질단백질인 HDL은 ‘혈액에 많아진 기름을 닦아내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LDL과 반대의 일을 하는 것이다. 주방용 세제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조리용 팬으로 부침이나 튀김을 하기 위해 칠하는 식용유가 LDL이고, 부침이나 튀김을 한 뒤 기름으로 지저분해진 팬을 닦아주는 세제가 HDL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일반적인 중풍은 운동 부족이나 영양 과잉, 고민 과잉 등으로 혈액순환 정체현상이 발생해 일어난다. 영양 과잉 등으로 혈액에 기름기가 많아지는데 LDL까지 합세하여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마른 중풍은 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과도한 운동으로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지나치게 배출되면 수분이 부족해져 혈액량이 감소한다. 혈액은 90% 정도가 수분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혈액의 약 55%를 차지하는 혈장의 감소는 곧바로 혈액순환장애로 이어져 고혈압, 심장 마비, 중풍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혈액의 수분 감소는 LDL이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혈액이 끈적해진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마른 중풍이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 중에서,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