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티로 접하게 된 개그 프로그램
#몰티로 접하게 된 개그 프로그램
  • GBN뉴스
  • 승인 2020.09.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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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몰티는 ‘몰래 보는 TV(티비)’라는 의미로 유튜브에서 tvN 개그 프로그램 콘텐츠를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게 편집해 올린 영상물이다. 해시태그(#) 후에 몰티를 검색하면 영상을 볼 수 있다.

필자는 누군가 이 콘텐츠를 말해주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다. #몰티를 알게 되어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니 개그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리그’에서 영상을 가져와 목소리의 높낮이, 대사 처리, 세부적인 움직임까지 일일이 자막을 넣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농인으로서 정말 좋았던 콘텐츠여서 영상을 하나만 보지 않고 쭉 이어서 봤을 정도로 몰입한 한편, 지상파 방송에도 이러한 편집이 적용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보통 청각장애인들은 자막과 시각적인 요소가 풍부한 ‘무한도전’, ‘1박 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더 선호하고,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내극 형태의 개그 프로그램은 청인 문화와 청인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모아서 희화화하거나 목소리, 어투를 살려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어느 상황에서, 어느 대사에서 웃어야 할지 타이밍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몰티 중 ‘아무 개그 대잔치’ 영상에서는 목소리와 어투에 따라 효과를 다양하게 넣고 움직임도 다르게 적용해 눈이 즐거웠다. 간혹 비치는 관객의 표정처럼 필자도 하하 웃으며 개그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은 개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늘 소외되기 쉽다. 영상 문화 향유를 위해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했을 정도다. 청인은 영화가 개봉되면 바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청각장애인은 다르다. 선택한 영화를 가지고 와서 자막 처리 작업을 해야 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도 삽입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돼 늘 반 박자 늦게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가치봄(한글 자막 화면해설) 영화’의 경우, 효과음(배경음악)이나 대사만 간단하게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막 또한 색상 구분 없이 대사 처리에만 집중되어 있어 다소 진부하기도 하다.

지상파 방송에서 #몰티처럼 효과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적용해 청각장애인들도 청인과 함께 공감하고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