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나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실험
[보건의료] 나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실험
  • GBN뉴스
  • 승인 2021.04.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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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분당에서 한의원을 개업한 후 문제가 발생했다.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되면 뇌가 멈추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이었다. 그 시간대에 오는 환자들은 데스크에 나가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원장님이 무서워요. 말씀을 하시다가 갑자기 말을 뚝 끊고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움직이지도 않고 바라보기만 하세요. 한참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이어서 말씀하시는데, 너무 무서워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죽었다 살아날 정도로 큰 사고를 겪었으니 그걸 기억하는 몸이 비명을 질러댄 것이다. 진료에 몰입하려 할수록 이 증상은 심해져 갔다. 그렇게 8년이 지났다. 개업 때부터 두통, 현기증, 중풍 환자를 많이 받았는데, 의사도 같은 상태라고 고백할 수 없었다. 갈등이 깊어져 의사 생활을 접으려 했다. 하지만 오기가 발동해 중풍과 비염 치료 연구에 몰두했다. 개발의 기준을 세웠다.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검사체계와 치료법을 만들어보겠다고 한 것이다.

논리적인 근거는 ‘기능은 구조에서 나온다’에 두었다. 과학적인 검사와 치료법은 ‘반복 검증될 수 있는 것만이 과학’이라는 사실에 중점을 두었다.

‘기능은 구조에서 나온다.’ 모든 구조에는 기능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의 뜻은 간단한 생활 소품에서도 알 수가 있다. 숟가락은 밥이나 국을 푸기 쉬우며, 젓가락은 반찬을 잡고, 가위는 자르는 데 특화되어 있다.

인체로 돌아오면 그 기능이 엄청나게 복잡해진다. 손가락은 물건을 잡고, 글을 쓰며, 예술작품을 만들고, 온도의 높고 낮음을 알아내며,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고 있는 지금 손끝에 관계된 과거를 회상해보니, 아내의 손을 잡았던 첫날의 감전된 듯한 느낌이 되살아난다. 뇌의 기억중추와 공조된 것임을 잘 알지만, 손의 만지거나 잡는 기능에서 나온 기억이 분명하다.

필자가 개발하고자 하는 검사와 치료법은 95% 이상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는 통계학적으로 95% 신뢰도를 보장하겠다는 뜻이었다. 좀 더 솔직히 고백하면 99% 이상의 신뢰도를 갖고자 했다. 100명을 치료했는데, 한 명 정도에서만 ‘돌팔이’ 소리를 듣는 완벽한 치료법을 만들고자 했다. 이유는 못 고친 한 명과 그의 가족에게서 듣게 될 원망과 ‘의사짓 10여 년 동안 뭐 했느냐’는 스스로에 대한 책망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첫 시작은 ‘선입견 깨기’였다. 한·양방을 구분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진리는 좌우로 치우치거나, 앞서거나 뒤처지지도 않는 정중앙을 관통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신비함 뒤에 숨지 말고 양의학의 독단주의에도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냉철하고 시각의 통을 키운 현재진행형으로 구조와 기능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검증 가능하고 쉽게 재현할 수 있는 치료법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했다.

‘나는 그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다.’

두 번째는 ‘구조 분석’이었다. 머리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 코는, 부비동은, 기관지는, 심장은, 척추뼈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 구조를 분석하니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능 없는 구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 것이다.

머리뼈는 뇌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앞쪽에서는 부비동이 에어백 역할을, 위와 뒤쪽에서는 두개골이 방패 역할을, 뇌강(腦腔)인 머리뼈 속은 워터백(water bag, 물주머니) 역할을 하며 뇌를 보호한다는 것을 알았다.

세 번째는 ‘검증을 위한 실험’이었다. 관찰로 발견한 가설과 추론을 과학적으로 검증된 결론으로 내놓으려면 철저한 검증을 해보는 실험이 필요했다. 실험 대상은 당연히 ‘나’였다. 음압과 손, 기구를 이용한 코 구조물 교정기법을 개발해 최악의 상태까지 실험해보았다.

죽었다 살아난 교통사고로 코뼈가 주저앉은 상태라 통증이 심해서 많이 울었다. 힘에 겨웠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머리가 터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검증 안 된 치료를 누구에게 실험할 수는 없었기에 하는 수 없었다.

‘환자분이 실험 중에 망가지거나 죽는다면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의사로 살 수 있겠니? 차라리 죽어도 네가 죽어. 적어도 원망은 듣지 않을 테니까….’

이러한 내면의 소리에 순종하는 것이 막연한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보다 편했다. 그리고 어머니와 형님을 비롯해 모든 가족을 대상으로 치료해보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부비동과 혈관, 뇌척수관의 병목현상이 원인임을 발견한 것이다. 외과적으로 변형된 관절 문제를 제외하면 호흡기와 뇌혈관 문제의 대부분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