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의 호소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2022-02-24     GBN뉴스
경기도농아인협회

다가오는 3월 9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지금 거리에서는 유세 연설과 후보자 홍보 경쟁에 너도나도 인사하기에 바쁜 풍경이 보인다.

매년 선거철마다 꼭 나오는 영상은 무엇일까? 바로 TV토론회다. 후보자별 공약과 정책, 그리고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은 여기서 난제를 겪는다. 지상파 3사 방송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토론자 4명의 몫을 수어통역사 1명이 장시간 수어통역을 맡는 것으로 강행했다. 사실 선거방송토론 수어통역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담 및 토론회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과 자막 제공은 의무임에도 수어통역사 최소 인원수 명시가 없어 이번 계기로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2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는 간담회를 열고 청각장애인 유권자의 입장에서 ‘TV 토론회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기존 토론회처럼 양자대결 구도에서 한 사람의 수어통역사가 2명의 후보자 발언 통역을 모두 소화하다 보면 누구의 발언인지 헷갈린 상황이 벌어진다.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도 여러 명의 수어통역사 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 상황을 요구해왔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상파 3사는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주장해오던 중에 김광진 전 의원이 방송장비와 수어통역사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여, 2월 21일 진행한 중앙선거방송토론회 주관 1차 토론회 영상을 총 5명의 수어통역사를 배치·편집해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송출했다.

수어중계방송을 보던 청각장애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2명 몫을 맡는 것이 아닌, 각 후보자당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 큰 화면으로도 볼 수 있는 장점과 동시에 누가 발언하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이렇게 청각장애인과 함께한 이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2차와 3차 TV토론회는 복지TV에서 수어통역 중계를 방영하기로 했다. 애써온 시간과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변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아 기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