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CDKL5 결핍 장애, WHO 국제질병사인분류에 등재

2020-01-28     서다은

희귀 유전자 질환인 CDKL5 결핍 장애(CDKL5 Deficiency Disorder, CDD)가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발표하는 질병 및 사망 원인에 대한 분류 규정인 국제질병사인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에서 새로운 질병코드로 지정됐다.

CDKL5 결핍 장애 진단 코드는 2020년 10월 1일 분류 개정에 맞춰 등재된다.

현재 사용 중인 10차 개정 질병 분류(ICD-10)는 사람의 건강 상태를 문서화할 때 영숫자 코드 목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편두통 증상이 있는 사람은 G43 코드로, 제2형 당뇨가 있는 사람은 E11 코드로 분류된다. 이들이 받은 코드는 이후 임상 연구 및 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건강보험 청구 및 급여에도 사용된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 지출의 약 70%가 보험 급여 및 자원을 할당하는 데 ICD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질병분류 코드가 없는 의학적 상태가 많이 존재하고 이러한 질병들은 대부분의 임상시험에서 다뤄지지 않으며 보험이나 급여에 접근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앞서 이 분류에 포함된 CDD는 출생 직후 빈번한 발작과 신경 발달에 중대한 장애를 유발하는 희귀 유전자 질환으로 발병한 사람들은 대부분 걷거나 말할 수 없고 스스로를 돌볼 수 없다.

애나 밍고런스(Ana Mingorance PhD) 룰루 재단(Loulou Foundation) 최고개발책임자는 “CDD가 ICD-10 코드를 획득한 것은 우리 분야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며 승인된 치료법을 개발하고 이러한 치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추가적인 발전이다”며 “우리가 CDD 코드를 요청한 이유 중 하나는 승인 전 진행된 최신 단계의 임상시험을 포함해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한 4가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CDD에 ICD-10 코드가 생겼으니 연구에서 급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룰루 재단은 CDD 치료 개발을 위한 민간 비영리재단으로 이번 ICD-10 코드 등재 노력을 주도했다.

CDD 환자 및 가족을 위한 미국 최대 규모의 환자 옹호 단체인 CDKL5 연구를 위한 국제 재단(International Foundation for CDKL5 Research, IFCR)의 카렌 어틀리(Karen Utley) 공동설립자 겸 회장은 “유전 연구로 인해 신생아 4만명당 한 명꼴로 CDD가 발생한다는 점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 질병에 대한 ICD-10 코드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에서 각기 다른 코드로 기록되었고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환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ICD-10 코드는 전 세계 의료인, 건강보험회사, 공공 보건 기관에서 진단을 표시하는 데 사용된다. 질병분류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산하 보건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 NCHS) 관리 하에 일년에 한번씩 검토된다.

IFCR과 룰루 재단은 작년 CDKL5 결핍 장애에 대한 새로운 고유 코드 생성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NCHS에 제출했다. 이 장애에 대한 대표적인 임상연구자이며 CDKL5 임상 우수 센터의 수석 연구원으로 이번 제안에 참여한 에릭 마시(Eric Marsh) 필라델피아 어린이 병원(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의사는 “기존의 ICD-10 코드는 CDD의 다중체계 효과를 포착하기에는 구체성이 부족했다”며 “이 때문에 일관성 없는 기록이 발생하고 임상 치료, 보험 당국, 연구 기관 등 ICD-10 코드에 의존하는 모든 당사자들 간에 마찰이 유발된다”고 말했다.

제안서에는 미국 뇌전증학회(American Epilepsy Society), 미국 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아동신경학회(Child Neurology Foundation) 등 수많은 의료 단체의 지지서한과 미국 희귀질병협회(National Organization for Rare Diseases)와 같은 대표적인 환자 옹호단체들의 서한이 포함됐다. 여러 제약회사들 또한 지지서한에 힘을 보탰다.

검토를 거쳐 CDD는 새로운 코드G40.42를 획득했으며 이는 CDD가 고유한 의학적 요구를 동반하는 개별적인 의학적 상황으로 자체적인 ICD-10 코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인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역사적인 성과는 2019년 11월 1일 FDA와의 환자맞춤형 의약품 개발(Patient-Focused Drug Development) 회의에서 간병인들이 그들의 경험과 향후 치료 기대를 규제당국자들과 공유한 이후 CDD 환자 커뮤니티에 일어난 또 한번의 중요한 사건이다.

전 세계 CDD환자 옹호단체를 대표하는 룰루 재단, IFCR, 국제 CDKL5 얼라이언스는 CDD의 새로운 ICD-10 코드 생성으로 CDD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의료계와 의료정책 지도자들이 현재는 진단되지 않는 이 장애 사례를 식별할 수 있도록 유전자적 진단에 조기 접근을 보장하는 정책과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