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광우병 (mad cow disease) 은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겨 소가 미치게 되는 병으로 정식명은 소해면상뇌증 (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이라고 한다.
광우병의 병원체는 ‘변형’ 프리온인데, 프리온 (prion)은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어떤 이유인지 프리온이 변형되면, 변형 프리온이 정상 프리온을 변형시켜 결국 뇌 신경세포를 파괴하게 된다.
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나 광우병과 같은 질병이 걸린 다른 동물의 육골분, 즉 변형 프리온을 가지고 있는 사료를 섭취하여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우병이 걸린 소의 대표적 증상이 바로 ‘주저앉는’ 것이다. 그래서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 ‘다우너 소 증후군(downer cow syndrome)’은 소가 뒷다리를 딛고 일어나거나 걷지 못해 주저앉는 증상을 통칭해 가리키는 질병이다. 사람이 소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흔한 질병으로 ‘기립 불능증’이라고도 한다.
광우병 사태의 시발점이 된 MBC ‘PD 수첩’의 광우병관련 방송이 요즘 번역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다.
‘PD 수첩’은 쇠고기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지난 4월29일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방송분을 둘러싸고 벌어진 오역, 왜곡 보도에 대해, 6월24일 방송분에서 ‘쇠고기 추가협상 무엇을 얻었나’를 방영한 뒤 20여분에 걸쳐 오역, 왜곡 논란에 대한 해명에서 “또박또박 번역하지 않아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면서 “앞으로 영어 번역은 치밀하고 꼼꼼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저앉은 소’의 동영상을 보고 사회자가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말한데 대해서는 “사회자의 실수였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젖소(dairy cow)’를 ‘이런 소’ 즉 ‘광우병 걸린 소’로 번역한 이유는 ‘오역’이 아니라 ‘의역’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는 MBC에 “주저앉은 소 광우병 증거 없다”를 보도하도록 결정을 내렸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주저앉은 소’를 ‘광우병이 걸린 소’로 오역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경향신문은 “다우너 소 광우병 위험성”기사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과 농림수산부가 ‘주저앉은 소(다우너 소)’의 광우병 위험성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다우너 소에 대한 광우병 감염 우려 제기가 근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는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저앉는’ 소가 모두 광우병에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하며 기사가 잘못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가 주저앉는 증상의 원인은 케톤증, 저마그네슘혈증, 저칼슘혈증 등 대사성 질환이 많다. 소의 몸에 필요한 물질인 마그네슘이나 칼슘을 충분히 먹지 못하거나 몸에서 필요한 성분을 만들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신경성 질환으로 ‘다우너 증후군’에 걸리기도 한다. 운동신경 등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 외부 병원체가 원인이 되거나 유전적인 원인으로 걸리기도 한다. 광우병도 넓게 보면 신경성 질환이다. 이 밖에도 모기에 물려 아카바네병이나 유행열에 걸리면 ‘다우너 증후군’을 보인다. 난산을 하거나 사람의 임신중독증과 비슷한 산욕마비를 겪을 때도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야생 너구리에 물려 광견병에 걸릴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다우너 증후군’ 증상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59개에 해당된다.
1985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광우병이 발견됐을 때도 수의사들은 ‘다우너 증후군’인줄 알고 알려진 방법대로 치료했으나 낫지 않았다. 결국 죽은 소를 해부해 보니 뇌에 손상이 있어 새로운 병, 즉 광우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7월부터 9월까지 갑자기 다우너 소가 600여 마리나 발생해 광우병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농림부는 이 소들을 조사한 끝에 광우병 소는 한 마리도 없으며 고온 다습한 기후와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신경 이상 증세라고 결론을 내렸다.
위와 같이 ‘주저앉은 소’가 모두 ‘광우병에 걸린 소’는 아니다. ‘주저앉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주저앉는’ 것으로 광우병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소가 주저앉았다고 해서 무조건 광우병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에게 한번 입력된 잘못된 정보는 진실이 등장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김경순 기자 sarang@gbnnewss.com
2008/07/12/ Copyright ⓒ 경기복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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