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여러 언어 구사, ‘뇌 인지능력’ 향상시킨다
아동기 여러 언어 구사, ‘뇌 인지능력’ 향상시킨다
  • 이주근 기자
  • 승인 2021.12.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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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미 예일대와 공동연구서 확인
다언어 사용 아동과 단일언어 사용 아동의 뇌 전체 연결망 차이 ⓒKAIST 제공
다언어 사용 아동과 단일언어 사용 아동의 뇌 전체 연결망 차이 ⓒKAIST 제공

아동기 때 다언어 사용이 뇌 인지능력과 전체 연결망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국내연구진이 참여한 국제연구로 확인됐다.

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용 교수 연구팀이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마빈 천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아동기의 외국어 구사 여부가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뇌 연결망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의 청소년 뇌 인지 발달 연구(ABCD Study) 데이터를 사용해 발달단계에 있는 9~10세 아이들의 인지기능 점수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분석했다.

분석에서는 모국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추가로 사용하는 아이들은 모국어만 사용하는 아이들에 비해 기억을 측정하는 인지과제에서 높은 점수가 나타났다.

또 다언어 사용은 아이들의 뇌 전체 연결망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하면 뇌의 활성화되는 각 영역을 관찰할 수 있고 기능적 뇌 연결망(functional connectivity) 계산을 통해 각 영역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뇌의 특정 영역이 아닌 뇌 전체 연결망을 집중 관찰해 여러 언어를 하는 아이들과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뇌 전체 연결망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기억 관련 과제를 수행할 때 다언어 사용 아이들은 단일언어 사용 아이들에 비해 뇌 후두엽(occipital lobe)과 피질하 영역(subcortical area)간 강한 연결망을 보였다.

아이들이 아무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휴지기에도 다언어 사용 아이들에게서는 뇌 후두엽과 전전두엽간 강한 연결성이 나타나 두 그룹 간 차이가 관찰됐다.

특히 연구팀은 기계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기억 관련 과제를 수행할 때와 휴지기일 때 나타나는 뇌 전체 연결망만으로 해당 아이가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지 한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성공적으로 예측해 냈다.

또 다언어 사용 아이들이 기억 관련 과제를 수행할 때 관찰되는 기억 관련 연결망만으로 해당 아이들이 과제에서 어떤 점수를 얻었는지도 예측해냈다.

반면 단일 언어사용 아이들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다언어 사용 아이들의 뇌 전체 연결망이 그들의 행동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발달단계에 있는 9~10세 아이들의 다언어 사용 여부가 뇌 전체 연결망에 변화를 주는 것을 확인한 이번 연구는 다언어 사용이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 동반되는 인지기능 저하를 방어하는 뇌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가져온다는 것을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아 향후 뇌 발달 연구에 탄력이 예상된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11월 118권 49호에 출판됐다.

제1 저자인 KAIST 권영혜 박사과정은 “성인보다 언어사용 기간이 짧은 9~10세 아이들에게서도 여러 언어의 사용이 인지기능과 뇌 연결 패턴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 이런 차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형태로 자리 잡아 성인 또는 노인이 돼서까지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