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은 무조건 크고, 화려하게? 전혀!
선거운동은 무조건 크고, 화려하게?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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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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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작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이샛별 작가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일주일 후 곧 막을 내린다. 그만큼 유세현장도 열기가 뜨겁다. 길거리 여기저기서 보이는 선거운동원들, 명함을 나눠주는 후보자들의 모습 가운데 유세현장에서 우리가 놓친 부분이 무엇일까?

어제 집에서 선거공보물을 받아 보았다. 역시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공보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점자형 선거공보물은 물론, 수어형 선거공보물도 없었다. 선거유세현장에서도 수어통역사가 함께하는 장면도 거의 볼 수 없었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 서울시의회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청각장애인 여성으로서는 국내에서 최초다. 그래서 선거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생각했고, ‘조용한 수어 유세’를 시도했다. 지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화제가 된 영화 ‘코다’의 남우조연상 트로이 코처가 수어로 인사했는데, 그 수어 인사는 바로 ‘아이러브유’ 국제수화다. 이걸 활용해서 지하철역 근처에서 농인과 수어통역사가 한 팀이 되어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고막을 울리는 소음이 아닌 보이는 선거유세가 더 느낌이 좋았다. 물론 시민들 입장에서는 생소했을 것이다.

지난 5월 12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관련 규정과 마찬가지로 농인을 위한 선거공보 규정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주로 선거공보물에 수어영상 QR코드를 삽입해 공약 내용을 명확하게 알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접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발의되는 바람에 2년 뒤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다. 국회의원 선거에는 반드시 사회적 배려가 동반되어 모두가 공평한 선거권을 행사했으면 좋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선거가 무사히 끝난 후에는 선거운동과 투표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 보고 바꿔 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