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학교의 비밀선생님, 대체 왜 이리 비밀스러울까?
비밀학교의 비밀선생님, 대체 왜 이리 비밀스러울까?
  • 관리자
  • 승인 2008.01.0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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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학교
애비Avi(본명: Edward Irving Wortis) | 김난령 옮김
열린어린이/ 2007



성장소설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자신의 인격을 완성해 가는 성장 과정을 그린 소설로서 대표적인 작품은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등이 있으며, 교양소설 혹은 발전소설, 교육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열린어린이사가 창작동화 시리즈를 기획하여 4번째로 펴낸 “비밀학교”는 성장소설에 속한다.

비밀학교의 교사이자 비밀 학생이며, 한 집안의 장녀인 주인공 <이다>는 동급생 톰과 함께 이 학교의 졸업반 학생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교사가 되려는 꿈 많은 14살 소녀이다.

비밀학교의 핵심은 <이다>가 무보수로 임시교사가 되어 폐교 위기를 맞은 학교를 계속 여는 것이다. 졸지에 <비드슨 선생님>이 된 <이다>는 성심 성의껏 교사 일에 충실한다. 플레쳐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학교를 계속 유지하려는 이다와 그의 무리들, 자신들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당분간이라도 학교를 쉬게 하려는 이사장 죠단의 무리들과의 한판 승부는 학교존속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의에서 절정을 이룬다. 죠단은 학교 유지를 반대하는 사람에게만 이사회를 통고하여 일을 끝내려하지만 허버트의 기지로 <이다>도 알게 되어, 전단지 인쇄술에 능한 톰과 함께 마을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이사회 구성원은 4명이지만 당일에 마을 어르신과 8명의 재학생들이 다 모였다. 내용을 어느 정도 간파한 마을 목사이며 이사인 호킨스씨가 <이다>의 사정을 충분히 변호해 주었고 엘크벨리학교는 계속 열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시험치루는 날 주인공 <이다>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해서 허둥대다가 두 번이나 미끄러져 무릎을 바닥에 찧고, 옷은 온통 진흙범벅이 되었다. 책임감이 강한 <이다>는 혼잣말로 “아이들이 모두 시험에 통과해야 할 텐데. 절대로, 한 사람도 낙제해서는 안돼. 그랬다간 내 잘못이 될거야. 그건 내 책임이야. 난 그 애들 선생님이었으니까.”하며 주체할 수없는 울음을 펑펑 쏟아냈다.

<이다>의 고뇌를 읽으며 8학년 아이가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울고 있는 <이다>에게 엄마가 “엄마랑 아빠는 네가 정말로 자랑스럽단다. 넌 아주 열심히 했어”라고 격려했을 때 <이다>는 방긋 웃으며 엄마를 살짝 안아주는 여유를 가지고 졸업시험에 응하여 그토록 꿈에 그리던 스팀보트 스프링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14세에 불과한 <이다>가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 일에 옳다고 믿고 도전한 <이다>의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저자인 애비는 ‘자신감’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의외의 상식을 풍부케 하는 면이 있다. 영문 알파벳 필기체의 표준을 세운 팔머, 멕거피의 독본, 디킨즈의 “두 도시 이야기”, 롱펠로우의 “인생찬가”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번역자인 김난령의 짜임새있는 번역으로 말미암아 새삼 우리말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어린동생과 들판에서 분노를 삭히고 있던 중 학교를 자주 빠지는 허버트가 <이다>를 찾아와 세익스피어의 희곡작품 ‘줄리어스 시저’의 시귀를 암송한 후 “비드슨 선생, 자고로 아는 게 많으면 걱정이 더 깊어지는 법이야” 이 명언은 두고두고 귀에 쟁쟁하다.

허버트는 유일하게 낙제한 학생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비밀학교는 이제 더 이상의 비밀학교가 아니었지만 또 다른 <이다-허버트> 두 사람만의 비밀을 제시한다. 동심을 자극하는 이 책을 읽고 그 비밀을 찾는 기쁨을 누리기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사랑나눔작은도서관 사서 신만섭(libsms@hanmail.net)
2008/01/05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