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대상에 외과 의사 박세업씨… “모로코서 결핵퇴치 앞장”
아산상 대상에 외과 의사 박세업씨… “모로코서 결핵퇴치 앞장”
  • 이루리 기자
  • 승인 2022.09.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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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 의사 박세업씨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 의사 박세업씨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치료하고, 모로코에서 결핵 환자 퇴치에 앞장선 외과 의사이자 보건 전문가인 박세업(60)씨를 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박 씨는 부산대 의과대학 2학년 재학 당시 우연히 아프리카 의료선교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의료봉사의 꿈을 키웠고, 오지에 사는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일반외과 전공을 선택했다.

그는 졸업 후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국내 의료봉사는 물론 의료 환경이 열악한 베트남, 몽골, 아제르바이잔 등 해외 의료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2002년에는 해외 의료봉사를 위해 개인 병원을 정리하고 호주로 떠나 문화인류학, NGO학 등을 공부했다. 또 2005년에는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 의사가 부족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수도 카불의 큐어국제병원 일반외과 과장과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의 병원장을 맡아 주민 치료와 현지 의사, 간호사 훈련에 힘썼다.

박씨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리려면 그들이 사는 현장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50세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보건학 공부를 시작했다.

2012년 보건학 석사 공부를 마친 후에는 국제보건의료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 본부장을 맡아 아프리카 최북단의 모로코를 찾아 결핵 환자 치료에 나섰다. 의료 환경이 열악해 결핵 발병률이 높은 모로코에서 박씨가 치료한 환자만 2만7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박씨는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알람이 울려 결핵약 복용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약상자’를 도입하고 결핵 관리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70%에 머물던 모로코의 결핵 완치율을 90%까지 높이는 데 공헌했다. 이런 공로에 힘입어 올해 3월에는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현지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박씨는 2020년 8월에 있었던 아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모로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현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씨는 “아제르바이잔 난민촌에서 ‘전쟁이 나고 어려울 때는 오지 않다가 난민이 된 후에야 와서 약주며 도와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한 청년의 절규를 듣고 지금의 삶을 살게 됐다”면서 “우는 자와 같이 울고, 웃는 자와 같이 웃는 사람이 되는 게 남은 인생의 꿈”이라고 말했다.

아산상 의료봉사상에는 27년 동안 한센인 치료에 전념해온 오동찬(54)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이 선정됐다. 오 부장은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는 한센인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1995년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로 지원한 이후 지금까지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오 부장은 특히 아랫입술이 처지는 한센병 후유증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5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산상 사회봉사상은 착한목자수녀회에 수여된다. 이 수녀회는 1835년 마리 유프라시아 수녀가 프랑스에 설립한 국제수녀회로, 1966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서울, 춘천, 군산, 제주 등에서 미혼모 돌봄 등의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산상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는 취지로 아산사회복지재단이 1989년 제정했다.

재단은 오는 11월 17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시상식을 열고 아산상 수상자에게 상금 3억원,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수상자에 각각 1억원 등 6개 부문 18명(단체 포함)의 수상자에게 총 10억원의 상금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