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
  • 양복인
  • 승인 2008.04.2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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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인
군포시 장애인부모회 회장

올 4월은 총선이 있어서인지 매우 시끄러웠다. 각 당에서는 민심을 잡기 위해서 온갖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경제논리와 성장논리에 밀려서인지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지난 정부의 해묵은 논의가 이번 대선과 총선에서는 확실하게 ‘성장’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 같다.
‘실용주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명박대통령의 ‘경제 도약’과 ‘민생 안정’이라는 거시적인 목표도 달성해야겠지만 혹시라도 성장 논리에 밀려서 ‘복지’가 후퇴하지 않을까 지레 걱정이 된다.
4월에는 총선과 함께 ‘장애인의 날’이 있는 달이다. 장애인 가족 입장에서는 그나마 1년 중에 일반인들이 장애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달이 바로 4월이다. 방송에서는 연일 장애인관련 방송을 하고 있어서 저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올해에는 그동안 장애인단체에서 끊임없이 요구해온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는 첫 해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을 법으로 만들어서 시행해야 하는 세상이 너무 안타깝다. 아마도 장애인들이 가장 원하는 세상은 이런 법이 필요 없는 세상이 아닐까?
필자는 지금 군포지역에서 ‘군포시장애인부모회’를 조직하여 활동하며, 장애인주간보호센터인 ‘늘푸른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장애인 가족의 양육부담을 경감시키고 중증장애인에게는 지역사회에서 재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만들어진 지역사회재활시설이다.
그러나 장애인주간보호센터도 다른 사회복지 기관과 마찬가지로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다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많으며 운영의 상당부분을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소규모시설이라서 후원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장애인부모회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단체이다. 각 시도별로 지부가 조직되어 있는데 주로 장애인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상담, 장애인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사회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관련 정책과 법을 만드는데 앞장서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편의증진법’ 등이 탄생하는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필자는 21세 발달장애 자녀를 두고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내가 죽으면 이 아이를 누구에게 맡기고 가야하나? 하는 걱정이다. 장애인부모들에게 소원을 물으면 흔히 ‘내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장애인부모회 에서는 장애인의 ‘성년후견인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자녀를 위해 재산을 남기고 간다 하더라도 장애자녀가 인지 기능의 한계로 인해 재산권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후견인을 지정하자는 것이다. 현재 법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현실에서 부모가 아프기라도 하면 정말 걱정이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단기보호센터라도 지역에 있으면 다행이다. 현재의 생활시설은 입소대상자의 70%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거나 부모가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부모가 있는 장애인들은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 입소가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기부금을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재활의 개념이 ‘시설중심재활’에서 ‘지역사회중심재활’로 옮겨가면서 많은 부분에서 ‘탈 시설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시설도 지역주민의 반대, 지방이양사업에 따른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설립이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소규모의 생활시설과 그룹홈(Group Home) 등이 장애인 주거대책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지도 교사와 4-5명이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은 시설건립에 드는 초기 비용과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주거 형태이다.
그러나 어떤 주거 형태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장애인의 장애정도, 사회통합정도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주거형태가 있어서 장애인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비장애인도 자신의 주거형태를 자신이 정하듯 장애인도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선택해야함이 순리이다. 그러려면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생활시설과 그룹홈들이 생겨나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시설 건립을 가로막는 수많은 규제를 철폐하고 과감한 예산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본다. 노인복지에 비해 장애인복지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오는 7월이면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된다. 발달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요양제도’도 하루속히 시행되어서 성인장애인을 둔 가정에서 장애 자녀의 장래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다.


2008/04/26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