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에세이 | 군인들에게 있어 참된 복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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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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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 김태훈(가명)

군인들에게 있어 참된 복지란
휴식과 먹을 것이 아니라 관심이다!

이 글은 쓰기 전에 먼저 대한민국 육군을 대표하는 생각을 정리한 글이 아니라 대한민국 육군의 대단히 많은 장교중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육군이 존재한 한 시기에 한 부대에서 느끼고 생각한 대단히 개인적인 생각이면서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그런 얘기일 것이다.

필자는 2007년 7월2일 사회를 떠나 낮선 또 하나의 사회인 군대에 입대하여 4개월의 훈련을 받은 후 소위로 임관하여, 또 4개월간의 병과 훈련을 마치고 2월 말 전남 장성의 모 부대에 전입을 갔다.

군대하면 사회와 단절된 사회, 폐쇄적인 사회, 그로인해 발생하는 음성적인 부조리들(?)로 많이 힘든 곳으로 생각한다. 선임 병들의 구타와 욕설 등 가혹행위가 난무하며 보고도 못 본체 하거나 그러한 행동이 전통이나 미덕으로 여겨지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그런 곳으로 많이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 했다.

그러나 임무수행을 위해서 부대에 전입을 가서 매우 놀랐다. 부대에 구타나 가혹행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욕설도 정말 큰 잘못을 해서 혼날 때 빼고는 거의 듣지 못했다. (욕설이야 사회에서도 일상 대화 속에도 얼마나 많이 오가는가?) 대한민국 육군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병사들의 복지가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 필자의 형이 2004년 제대할 때만 해도 병장 월급이 24,000원 가량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요즘은 이등병도 월 7만원 넘게 받고 있다. 그래서 PX에서 마음대로 과자나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제 간부들이 간식을 사줘도 옛날처럼 그렇게 고마운 줄 잘 모른다. 월급으로 쉽게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과 후에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인터넷으로 학점을 딸 수 있고, 싸이월드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거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수도 있다. 그리고 휴게실에는 게임과 노래방이 있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요즘들어 군 생활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군 생활도 인생의 좋은 경험 삼아서 한번쯤 해볼만하다고 생각 할 정도다. 물론 부대 안에서 생각하는 병사들은 그렇게 생각 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우리 군인들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불침번을 서고, 힘든 교육훈련을 받고, 불볕더위 속에서 삽질을 하면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조국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는 자부심으로 복무하고 있다. 이들에게 쉴 수 있는 여건과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은 마땅히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시설과 맛있는 급식 그리고 편의 시설도 맞지만 더욱 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개인으로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은 참된 관심일 것이다.

군 생활은 주어진 일과표에 의해서 움직이는데 참 바쁘다. 이들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시간과 대상이 없다. 그래서 사회에 남겨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과 부모님들 친구들에게 눈길을 돌려보지만, 그들에게서 점점 잊혀지고, 늘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매일 땀과 먼지에 절은 옷을 벗고 휴가를 나갈 때면 아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멋져 보이려고 며칠 전부터 설레이는 맘으로 눈이 부시도록 닦은 전투화를 신고 잘 다려진 줄잡은 전투복을 입고 나가지만 민간인들에게 비쳐진 모습은 한명의 군바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또 한 번 더 소외감을 느끼고 힘들어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복지가 있다면 조국과 민족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는 이들을 알아주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다. 이것이 군인들에게 참된 복지가 되어 마음의 용기와 힘을 주는 참된 선물이 될 것이다.

자 이제, 이글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아는 군대에 간 사랑하는 형, 오빠, 동생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 보는 게 어떨까? 이것이 그들에게는 어떤 복지보다도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2008/05/17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