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와 폭 넓은 가슴
큰 키와 폭 넓은 가슴
  • 오미선
  • 승인 2008.06.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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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 오미선 (군포시 당동)

큰 키와 폭 넓은 가슴


어느 순간부터 󰡒싫어요󰡓를 달고 사는 아이. 실내화를 질질 끌며 다리를 떨고 침을 뱉는가 하면 껌을 질겅질겅, 막대사탕을 쪽쪽 빨고 신발 끈은 풀어서 안으로 집어 넣고 머리는 걸리지 않을 만큼만 깎는가 하면 차 안에서 창밖으로 고개를 내놓고 다니고 몸은 뒤로 해서 앉아 일탈을 꿈꾸는 아이. 볼펜을 돌리고 동전을 손가락 사이사이로 넘나들게 하고 주위를 빙빙 돌면서 혼을 빼는 아이. 요즘 우리 아이의 모습이다.

내 키를 따라 잡으면서󰡒키 작은 엄마󰡓라 놀리기도 하고 눈만 뜨면 󰡒밥 줘요󰡓를 외치며 제 욕구를 충족시키려 말도 안 되는 근거로 날 설득 시키려 애 쓰는 아이.
시험 끝난 후유증일까 이해하려 해도 화가 치밀고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여 드디어 폭발했다.

󰡒너 큰 방으로 들어 와󰡓
󰡒친구가 와 있잖아요󰡓
󰡒그래도 들어 와󰡓
󰡒너 내 눈 똑바로 봐, 엄마가 우습게 보이니?󰡓
󰡒아니요󰡓
󰡒그런데 네 요즘 태도가 그게 뭐니?󰡓
󰡒사랑으로 키운 댓가가 이거니?󰡓
󰡒최대한 자유를 준 것에 대한 결과가 이렇다면 이제부턴 인격적인 대우를 해 주지 않겠다, 좋지?󰡓
󰡒아니요󰡓
󰡒눈 똑바로 뜨고 엄마를 봐, 다시는 엄마에게 그런 불손한 태도 보이지 마라󰡓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가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신 차리고, 다음부터는 조심해라󰡓
󰡒네󰡓

영화에선 이해가 되었던 일탈을 꿈꾸는 아이. 내 생활에선 왜 이리 적용이 안 되는지.
노래를 잘 해야 인정 받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발을 움직여 춤을 추는 멈블. 급기야 무리에서 쫓겨나 일탈된 무리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펭귄이 그 춤으로 위기에 처한 남극을 구하는 영화,󰡐해피 피트󰡑. 인간들이 더 이상 무자비하게 물고기를 잡아가면 펭귄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됨을 경고해야 하는데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되자 발로 스텝을 밟아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 자기가 속한 사회를 구해낸 이야기.

혹시 내 아들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옮겨 가면서 달라진 환경과 좀 더 억압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니면 급속히 성장하는 몸 속의 에너지를 저런 방식으로 표출하는 걸까?
여태껏 아이들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교육했었다. 신앙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앞서서 길을 제시하기 보다는 아이가 자라는 대로 지켜보고 탐색 하다가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와주려 노력해 왔었다.

큰 아들은 놀이처럼 공부해야 숨통이 트이는 아이이고 작은 아들은 문서에 대한 신뢰가 커서 교과서에 나온 대로 문서에 실린 대로 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아이라 많은 책들과 안내장, 학교 공문들을 근거로 제시해 주었다. 숫자를 가르칠 때는 시계부터 시작해서 달력으로 다음은 100까지 써있는 플래시 카드, 그리고 500장이 넘는 찬송가를 활용해서 가르쳤다.

아이들이 모두 학원에 가서 공부할 때쯤 동네 놀이터에서 어린 아이들과 놀며 자기 친구들 학원 시간이 끝나길 얼마나 기다렸던지. 중학교에 갈 무렵 드디어 자신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뒤떨어 지는지 알게 되어 학원에 보내달라 떼써서 그 때 보내줬었다. 다행이 뒤떨어진 만큼 보충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떤 날은 네 시간도 꼬박 앉아 있고 어떤 날은 불을 켜 놓고 자기도 하고 건강이 걱정 될 만큼 집중했다. 결국 어느 정도 수준까진 끌어 올려서 기특했다.

나이가 들어서 문리가 트인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산만한 아이인데 목표가 생기면 집중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것도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었을 때 가속도가 붙는다. 목표가 사라지면 다시 심드렁 해지고 산만해지며 새로운 것에 쉽게 동화되고 따라 하기에 힘쓰고 가까스로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둘을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주는 시간이 얼마나 유익한 지를 알게 되었다. 큰 아이 따로 작은 아이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 주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시기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잠시뿐이다. 한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한 아이는 선교원에 다닐 때는 그게 가능하더니 친구들을 더 좋아하는 고학년 이후론 마마보이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엄마와의 개인 시간 갖기를 거부한다. 드디어 친구와 만나는 선생님들, 주위의 어른들 형 누나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때에 밥 주고 질문할 때 대답해 주고 필요로 할 때 필요한 것으로 채워 주는 역할이다.

그 뒤로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게 큰 일이 되어 버렸다. 아이에게 꿈을 주고 긍정적이고 사랑을 많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 믿음 좋은 친구들과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선배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 책 속에서 위인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 성경 속에서 위대한 인물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

아이의 변화마다 의연한 태도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키가 훨씬 크고 가슴의 폭이 넓게 활짝 열려야함을 깨닫는다. 어릴 때 높아만 보였던 동네 정자가 크고 난 이후로 조그만 하게 보였던 것처럼 뛰어 넘기에는 너무 넓어 보였던 도랑이 다리 길이가 자라고 나서는 폴짝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같이 아이들을 따스하게 품을 크고 넓은 가슴이 필요하다. 이 번 특별 새벽 기도회에서 구해야 할 기도 제목이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할 것이다.

2008/06/21/ Copyright ⓒ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