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디 갔을까
아이들이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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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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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 강건욱 기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야! 이번엔 지수가 술래다󰡓
󰡒우리 집에 왜왔니 왜 왔니 왜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골목길 접어들 때면 어디선가 들려오던 소리들. 번잡한 행길을 지나 어느 좁다란 골목길에 접어들면 어디서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신나는 풍경들이 펼쳐졌었다. 한쪽 땅바닥에는 오징어를 그려 놓고, 다른 쪽에서는 납작한 돌들을 주워 놓고 비석치기를 하고 있다.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하고 개구진 놈 하나가 고무줄을 끊으려고 주위를 맴 돌고 있다.

골목길은 우리들 유년시절의 소통의 공간이었다. 거기서 우린 친구를 사귀는 법도, 싸우는 법도, 그리고 화해하는 법도 배웠다. 골목길은 우리들의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성을 배울 수 있는 하나의 난장(亂場)이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이 골목길에서 아이들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난장을 벌여 놓던 그런 풍경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땅들은 모두가 아스팔트로 덮여 버렸고 골목길은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막대기로 오징어 땅을 그릴 수 있는 맨땅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의 노래 소리와 웃음소리도 함께 사라졌다. 대신에 이 골목길에서는 주차로 실강이를 벌이는 아저씨들의 목소리와 자동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들만 자주 소음을 낸다.

아이들은 공부하기에 바쁘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미래를 위해서 그들의 유년시절을 희생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갔다. 형은 태권도, 보습학원, 언니는 피아노와 영어를 배우러 갔고 막내는 놀이방에 맡겨졌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서 골목도 땅도 모두 빼앗아가 버렸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삭막해져버린 골목은 사람들 간의 유대관계를 앗아 버렸고 아이들은 더욱 외톨이가 되어갔다.
우리아이들은 땅강아지를 알까? 흙을 밟아본 적도 드문 아이들이 땅강아지를 알리는 만무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골목길에 아이들이 뛰어 나올 것만 같은데 이 땅강아지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맘껏 뒹굴고,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노래하며 해질녘까지 놀던 땅강아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 썩 유쾌한 상상상이 들지는 않는다. 제발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서 만큼은 어른들의 실패가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이제 그 몫은 우리 어른들에게 달려있다.

강건욱 기자 joyhymn@gbnnewss.com

2008/06/21/ Copyright ⓒ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