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데스크] 요양원의 하루
[현장데스크] 요양원의 하루
  • 관리자
  • 승인 2009.06.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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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데스크

요양원의 하루

땅속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고, 몸은 천근같이 무겁습니다. 이불 속에서 일어나기 싫고, 눈을 뜨기 싫어 뒤척여 봅니다. 그러나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납니다. 자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먼저 씻고 아침을 준비 합니다. 아침이 준비될 쯤 아이들을 깨웁니다.
“은혜야! 일어나 늦었어. 희복아! 일어나” 하며 자는 아이들의 이름을 목소리 높여 부릅니다.
이렇게 분주하게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요양원으로 출근을 합니다. 힘들게 일어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이곳에 오면 힘이 생깁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잘 주무셨어요?”인사를 나누고 일과를 시작합니다.
청소가 끝나면 직원예배가 있고, 본격적인 어르신들과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선생님! 대변을 보고 싶은데 힘들어요. 관장 좀 해 주세요.”
말씀하시며 “내가 바보라서”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 “전 괜찮아요”하며 어르신이 편하게 대변을 볼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일어나고 싶지만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르신.
우리 요양원엔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예쁜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천진하게 웃는 어르신의 모습을 뵈면 나도 모르게 함께 웃게 됩니다. 가끔은 거울을 보며 당신의 모습인 것을 잊은 채 애타게 부릅니다. 화장실을 못 찾아 실례도 하지만 이런 어르신들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고마워, 고마워.”하시며 내 손을 잡아 이가 다 빠진 입에 대고 뽀뽀를 해주십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겐 불편해보이고 힘들게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저에게는 모두가 사랑스럽습니다. 가끔은 저도 힘들지만요. 90세가 훌쩍 넘은 한 어르신은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그것도 모자라 책을 찢어 드십니다. 우리 학생들이 배워야할 일명 ‘열공’이 아닐까요?

식사할 때면 얼마나 급히 드시는지 ‘젊어서 빨리 먹고 일하던 습관이겠지’ 하면 짠한 생각이 듭니다. 어르신들은 하루하루를 보내시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전 감히 어르신들 앞에서 “시간이 너무 빨라요”하곤 화들짝 놀라 어르신들을 보며 혼자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는 없습니다. 예상 밖의 일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있을 땐 정신이 멍합니다. 힘들게, 때론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퇴근해 집으로 가는 길은 저를 또 한 번 힘들게 합니다.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땅 속에 들어가는 듯한 무거움이 밀려옵니다. 집에 도착하면 긴장이 풀리며 이불 속으로 들어갑니다. 모든 것이 힘들고 귀찮아 누워 있노라면 아이들은 “엄만 너무해, 함께 이야기도 않고 잠만 자”하며 입을 삐쭉거립니다. 그럴 땐 미안한 생각과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아무 탈 없이 자라준 아이들과 무사히 침상에 누우신 어르신들을 생각하면서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성민요양원과 그 속에서 일하는 제가 행복하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2009/06/20/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