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스토리]2막 인생의 또 다른 보람을 눈높이로
[시니어스토리]2막 인생의 또 다른 보람을 눈높이로
  • 관리자
  • 승인 2009.11.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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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스토리•Ⅰ

2막 인생의 또 다른 보람을 눈높이로

노인이 되면 싫건 좋건 여러 가지 변화를 받아 들여야 한다. 주름살도 생기고 멋쟁이란 소리를 듣던 몸매는 온데간데 없고, 모든 감각과 기능이 약화되며 기억력도 많이 떨어진다. 성격도 변해 융통성이 적어지고 과거의 좋은 생각에 우쭐하기도 하지만 더러는 후회와 원망도 많다. 그래서 심하면 우울증으로 발전되기도 한단다.

또한 타인을 도외시 하고 자기중심적이기도 한다. 평생일 것 같던 직업의식은 상실되고, 생활목표도 색다른 꿈도 없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소외감과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남은 여생에 대한 자신감이나 행복한 기대감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 노인들의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노인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노인이라 못하는 일도 있지만 노인이라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즉 뒤로 처지는 소극적 생각에서 적극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세대는 많은 세월 속에 만고풍상과 희로애락을 다 겪으며 노력하여 높은 위치에 서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사회에는 조금이나마 틈새가 있는 노인취업 자리는 거의 하급층 일이나 이에 준하는 일자리이다.

너무 높은 뜻은 접고 적합한 눈높이에서 할 일을 살펴봐야 한다. 여러 조건이 나에게 꼭 들어맞는 자리는 별로 없다고 봐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은 곳에 맞춰야 하며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남을 포용하는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꼭 염두에 둘 것은 건강과 체력이다.

2년 전 군포시니어클럽 실버인력뱅크에 인터넷으로 회원에 가입하고 노인취업신청 등록을 했다. 여러 봉사활동을 하던 중 6월 말경 실버인력뱅크에서 연결한 회사로부터 방문하라는 연락이 왔다.
그 곳은 경기도 중부에 있는 유명 음료회사 물류소로서 각 공장에서 운반해온 제품을 냉장창고에 보관하며 각 영업점에서 주문 해온 품목을 수량대로 배송하는 업무였다.

관리소장님과 면담을 마치고 안전수칙과 청결교육을 받은 후 바로 그 날부터 견습 겸 근무를 하게 됐다. 쌓여 있는 제품을 지게차와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 인력으로 이동시키는 일이지만 손에 익숙하지도 않고 힘이 좀 벅찬 일도 있다. 더구나 일하는 동료들(연령차는 있지만)이 바쁜 탓인지 너무 무관심 한 것 같았다.

이틀도 채 안돼서 갈등이 생긴다. 힘에 벅차기도 하지만 마음의 갈등과 원활치 못한 분위기와 단순작업에서 오는 피로감이 더욱 지치게 하는 것 같았다. 우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부터 꼭 이겨야만 했다.
모처럼 주어진 기회에 마음을 비워 최선을 다 하기로 결심하고 모든 선배들에게 어떤 일이 건 묵묵히 순응했다. 그리고 소장님은 연령을 고려해서 내가 감당할 만한 일을 맡기고 제품 일자 확인을 하는 일도 추가 됐다.

계속 배우는 자세로 일하며 정감 있는 대화 속에 차츰 마음 문이 열리고 모르는 것도 틈틈이 가르쳐주며 분위기가 안정되어 가고 일도 차츰 손에 익숙해져갔다. 열심히 일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커피 한잔 마시며 업무에 대한 구상과 남은 생애에 좀 더 값진 흔적을 남기리라는 기대에 젖어 보는 순간도 참으로 소중하다.

정신없이 한 달이 가고 급여 날이 왔다. 생각지도 않은 ‘직장인우대종합통장’이란 색다른 급여통장을 받았다. 그 안에 찍힌 급여야 많지 않지만 직장인이란 그 말이 더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그냥 통장이 아니라 보람된 2막 인생의 통장처럼 뿌듯하게 느껴졌다.

나는 외롭고 할 일 없는 소외 된 노인이 아니다. 내 자신을 비우고 눈높이를 낮추니 이제는 어엿한 경제활동을 하는 소중한 직장인이 된 것이다.
오늘도 좋은 일, 좋은 만남만 있고, 건강한 하루되기를 기도하며 새벽길을 나서는 발걸음이 즐겁다.

글_ 김홍석(1945년생.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거주)
2009/11/21/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