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복지] 나의 사랑 중앙아시아!
[해외복지] 나의 사랑 중앙아시아!
  • 관리자
  • 승인 2010.09.10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3년 10월 14일, 나는 스탈린 시대에 만든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 안에 있었다. 창 밖으로 메마른 땅 위에 가시덤불이 보였다. 그들에게 이런 말을 걸어봤다. “어떻게 이곳에 네가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곳에 네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구나. 참 질기게도 살아남아 있는 너희들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너희들의 발아래 흐르는 물을 마시며, 이제까지 이렇게 견디어 왔겠지? 네 조그만 덩치를 보면 그 물길도 충분치 않은 것 같은데... 충분함이란 없는 듯, 늘 굶주림과 추위에 흔들리기만 했던 너희들. 그 만큼 많이 아팠을 너희들. 앙상한 몰골에 화려함이란 조금도 없어 보이는 너희들. 이제 겨울이 시작되는데, 참 오랜 동안 힘들겠구나. 지금도 위태해 보이는데 앞으로 여섯 달이나 어떡하누.”
사실 가시덤불에게 한 말은 사랑하는 중앙아시아를 향해서 한 말이었다. 중앙아시아 그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민족들이 있다. 그들은 먼 옛날 우리가 잘 아는 돌궐족(Turuk의 한자음)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유럽과 중원의 정착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조상은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가져온 훈족과 관련되며, 만리장성을 쌓게 한 흉노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세계를 호령한 투르크 민족의 호전성은 그들의 척박한 생활환경과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다. 여섯 달이 넘는 추운 겨울을 보내며 늘 주린 배를 움켜잡았던 민족. 그들은 우리(pen)에 있는 소들을 바라보는 굶주린 늑대들처럼, 저 정착민의 땅을 기웃거리며 그들을 습격하고 탈취하며 생존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 거센 땅, 척박한 땅의 궁색한 인심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이곳저곳 땅과 구름과 풀을 따라 광활한 중앙아시아의 초원을 옮겨 다니며 질기게도 살아남았다. 전쟁에서 말과 칼이 사라진 이후, 터키를 제외한 투르크 민족 대부분은 과거 자신들이 괴롭혔던 정착민들(소련과 중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다가 1992년 소련의 몰락이후 민족별로 독립국가를 이루었다. 하지만 내가 선교했던 우이구르족은 여전히 중국의 지배아래에 남아있다.
선교사로서 처음 배운 것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전해줄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와 외모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나의 이야기만 전하는 것은, 자칫 복음의 영광을 가릴 수 있는 무례함이 되기도 한다. 사실 복음의 원리와도 맞지 않는다. 그들 또한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향하는 소중한 인생이다.
이렇게 예수님의 복음은 허공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장애아를 가진 아버지에게, 알콜중독 아버지를 둔 딸에게, 미혼모가 된 소녀에게, 카지노의 덫에 빠진 아들로 고통 받는 어머니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마치 예수님이 이미 끝난 것 같았던 나사로의 매장지에서, 마리아와 마르다의 절망의 이야기에 참여하신 것처럼 말이다. 예수님은 함께 눈물을 흘리심으로 인생의 고통스런 현실에 동참하지 않으셨던가(요 11장). 모든 인생의 이야기 속으로 예수님은 찾아오시고, 그 이야기를 새롭게 바꿔주신다. 그래서 선교사는 선교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참 주인공이신 예수님을 전해주는 사람이다.
중앙아시아!
이곳은 세계사에서 변방이다. 그리고 동양사에도 서양사에도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소외된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끊임없이 그 땅을 사랑하셨다. 하나님은 그 땅의 아픈 이야기, 외로운 이야기, 억압당하는 이야기, 죄악의 이야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기쁨, 생명의 이야기로 바꾸고 계신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자신의 삶을 드린 사람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 땅은 더 이상 소외된 땅이 아니다. 그 땅의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땅이요, 사랑하는 땅이다. 이제 내가 집중적으로 만났던 우이구르족의 이야기를 할 차례다.
(다음호로 계속)

박용주 | CCM 작사가, 전 오엠선교회 소속 중앙아시아선교사,
현 목동 지구촌교회 전도사
2010/9/10/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