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학교 한글교실이 둥지를 틀다
밝은학교 한글교실이 둥지를 틀다
  • 관리자
  • 승인 2010.09.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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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전 보람된 노후를 위해 막연히 군포실버인력뱅크를 찾아 일자리상담을 했던 그날의 인연으로 한글강사를 시작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또한 노인일자리인 노노상담사로 활동이 이어져 당당하게 새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역업을 하기로 길을 바꾸면서 교직생활을 일찍 접었던 아쉬움 때문에 40년 전 교사로서의 마지막 날을 떠올리며 그때를 회상하곤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실버인력뱅크의 밝은학교 한글강사를 맡게 되어 무척 마음이 설레었다. 어린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대신 나이를 알게 하는 주름진 노인 학생들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이 날까지 글 모르는 설움과 아픔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아직도 문맹 어른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내 마음도 죄인처럼 함께 저려왔다. 왜 아직까지 배울 생각을 안했는지 물어보니 “골백번도 더 배우려 시작하곤 했는데 부끄러워 그만두고, 창피해서 숨기고, 억울해서 울곤 했지요”
“이제 눈치안보며 열심히 공부하여 내손으로 떳떳하게 취업계약서 쓸 수 있는 날까지 이 강사와 함께 이번에는 정말 끝장을 보자”고 한 분 한 분 손잡고 서약을 받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83세 김OO학생은 하루종일 리어카를 끌며 박스를 주워 놓고 책가방 챙겨 공부하러 오고, 시니어클럽에서 마련해준 급식도우미를 끝내고 달려오느라 매일 5분10분 단골지각생인 위OO학생, 글자도 모른 채 음성으로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하고 이제는 한글을 떳떳하게 배워 당당하게 살겠다는 의지의 73세 조OO학생, 지폐를 꺼내놓고 숫자공부 할 때 “아, 이 동그라미 개수가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수줍은 듯 활짝 웃는 열정있는 학생들이다.
수업시작시간 “이번에는 끝장입니다” 주먹 쥐고 다짐하는 열성적인 노인학생들의 마음이 열리던 그 순간 이미 그들 꿈도 이루어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성은 할이요, 이름은 머니” 그동안 잃어버린 내 이름 석자를 다시 찾겠다며 젊은 어르신학생들은 오늘도힘차게외치고있다. “행복은 셀프!”

김홍엽 66세, 군포시 수리동 거주, 군포실버인력뱅크 자원봉사자
2010/9/10/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