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가치를 높여라
개인 가치를 높여라
  • 류태영
  • 승인 2010.10.11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태영 박사의 VISION 이야기(17)]


스웨터 수입상 직원으로 의류업계에 뛰어들어 미국 섬유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디자인(By Design)의 재이 리(Jay Lee)사장으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아 뉴욕에 간 적이 있다. 제이 리 사장은 한국에서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의류제조 회사의 검수요원으로 있다가 미국 의류회사로 스카우트되어 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의 뛰어난 패션 감각과 능력을 지켜본 이태리의 큰 의류업자가 300만 불을 투자하여 자기가 자본을 책임질테니 회사를 공동 설립해 운영하자고 제의해서 미국에 바이디자인을 설립하게 되었다.
회사 설립 후 제이 리는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해서 사장인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은 월급을 주었다. 스카우트된 인재는 사장보다 자신의 월급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사장에게 자기보다 더 많은 연봉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심혈을 기울여 기업을 급성장시켰다.
나는 그 회사가 미국에서 가장 큰 의류회사이므로 순이익도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의외였다. 회사의 이익 중 일 년 매출액이 5,000억 원이면 순이익이 1억 원이라고 했다. 매출 5,000억 원에 순이익이 고작 1억 원이라니, 내가 말도 안 되는 기업경영이 아니냐고 반문하자 제이 리는 3,000억 원 매출에 500억 원의 이익보다는 비록 순이익이 적더라도 매출액이 높은 게 더 행복하다고 했다.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지 때문이죠.”
매출액이 늘어남으로써 당기 순이익은 0.1%지만 기업 가치는 20%이상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회사에는 눈에 보이는 수입과 눈에 보이지 않은 수입인 기업가치의 상승이 있는데 그 유능한 CEO는 그것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사장의 예견대로 그 회사의 기업 가치는 1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올라갔다. 훌륭한 사장은 당장의 순이익보다 기업가치의 상승에 경영의 초점을 맞춘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인가치를 쌓아올려야 한다. 사람들은 연봉을 많이 받아야 자기 가치가 높은 줄 안다. 연봉 1억 2천만 원을 받은 사람이 5천만 원을 주겠다고 하면 기절초풍을 할 것이다. 그러나 5천만 원을 받더라도 개인가치가 올라가는 일이라면 그 일을 택하라. 당장은 연봉이 적어 손해인 것 같지만 긴 안목으로 봤을 때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올리는 일이라면 그 일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의 CEODLS 케빈로버츠(Kevin Roberts)는 열여섯 살 고등학교 시절에 여자 친구를 임신시켰다는 죄목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졸지에 가장이 된 그는 화장품업체 매리퀀트 코스메틱스 회사에 가서 “어떤 일이든 반값만 받고 일하겠다.”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다.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직접 마스카라를 칠하고 립스틱을 발랐다. 그리곤 키스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 방수 립스틱과 비가와도 견디는 방수 마스카라로 구성된 화장품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역발상의 경험과 창조적 마케팅으로 그는 펩시콜라 캐나다 법인 사장을 거쳐 1997년부터 세계4위의 광고회사 사치앤사치를 이끄는 CEO가 되었다.
남이섬의 대표인 강우현 씨는 남이섬의 소유주로부터 남이섬을 개발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이미 어느 대학의 교수로 가기로 예정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교수자리를 포기하고, 빚더미를 안고 침몰해가는 남이섬의 사장을 맡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볼 기회로 여기고 흑자가 날 때까지 월급을 100원씩만 받겠다고 했다. 대신 그가 뭘 하더라도 그 어떤 간섭도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과 일 년 내로 매출을 두 배로 올릴텐데 그렇게 되면 남은 돈은 자신이 마음대로 쓰겠다는 조건을 내 걸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남이섬 개발에 대성공을 거두어 4년 만에 억대연봉자가 되었다.
자칫하면 사장(社長)에서 사장(死藏)이 될 뻔했음에도 그는 눈앞의 연봉에 연연하지 않고 예술과 사업을 자연과 접목시켜 하나의 새로운 관광문화사업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탁월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자기의 브랜드가치는 자기가 구상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브랜드가치를 올려놓는 방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현재 연봉보다 다섯 배, 열 배를 주겠다고 사람이 줄을 선다. 그러나 현재 눈에 보이는 수입에만 연연하고 신경 쓰는 사람은 발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퇴직 후에도 갈 곳이 없다.
자신의 개인가치를 나타낼 때는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높여 자신을 알린다는 것은 나만의 특기, 나만의 개성, 나만의 경험으로 자신을 특화시켜 ‘나’를 파는 행위다. 평소 폭넓은 전문지식과 아이디어를 쌓아놓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것을 활용할 기회가 온다. 개인가치는 하루아침에 쌓아지는 게 아니다. 그 분야의 많은 직·간접 경험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남에게 자기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자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을 명품으로 만들지, 싸구려 모조품으로 만들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당장의 연봉이 문제가 아니다. 긴 안목으로 자신의 인생을 내다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명품에 목숨 걸지 말고 자기 자신을, 자신의 인생을 명품으로 만드는 일에 목숨 걸어라.


류태영_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