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데스크] 어쩔 것인가? 이 어려운 부모노릇을!
[현장데스크] 어쩔 것인가? 이 어려운 부모노릇을!
  • 관리자
  • 승인 2010.10.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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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나와 가족을 위해 음주운전을 하지 맙시다.

김순천_군포탁틴내일
탁틴아동청소년인권센터팀장

얼마 전에 한 도시의 청소년수련관에서 실시하는 부모교육에 강의를 의뢰받아 간적이 있습니다. 주말에 계획된 강의 인지라 아동, 청소년의 자녀를 둔 엄마, 아빠들의 참여가 많았던 자리였습니다. 강의를 위해 조금 일찍 도착하여 강당으로 간 저는 단상 앞에 걸린 현수막의 문구를 보고, 그만 가슴이 턱! 하고 막히며 답답해졌습니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웃을 수도 없을 만큼 절박한 마음이 표현된 문구를 붙잡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실 부모님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내 아이는 내가 못 지킵니다.”
말하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자녀를 24시간 지켜보며 지킬 수 없는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다수가 피해자 주변의 아는 사람으로부터 발생합니다. 친인척을 비롯한 가까운 지인이나 생활환경 주변의 안면이 있는 사람이 성범죄의 가해자인 경우, 피해 사실이 오래도록 노출되지 않고 피해가 장기화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다른 사람에 의해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도 피해 아동은 장기화된 성폭력으로 인지왜곡이 일어나 성폭력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거나 심각한 무기력증으로 정상적 생활에서 적응력을 갖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어떨까요? 성폭력 가해자들은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면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내가 실수로’, ‘우연히’, ‘술을 먹어 정신이 없어서’ ‘성희롱 혹은 성추행의 의도 없이 너무 예뻐서’ 또 말합니다.
가해자 주변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요? 마치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의미를 둔 ‘평소 행실이…’ ‘하고 다니는 것이…’ 심지어는 ‘애가 너무 예뻐서…’ ‘왜 그곳에는 가서…’ ‘왜 빨리 말하지 않았다지?’ 하는 이러저러한 스토리을 만들며 가해자의 변명에 심리적으로 동조하는 태도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마음에 심각한 2차 피해를 남깁니다.
전 그날 강의에서 흉흉한 사건으로 심란해하는 아동, 청소년을 둔 부모님들께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내 자녀의 성 인지력을 강화시키고, 성 행동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이 답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자녀의 연령에 맞는 정확한 성지식을 알려주고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사소한 침해라도 문제시할 수 있는 감수성과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감정표현의 자유로움, 타인의 몸과 개인적 영역 침해에 대한 민감성과 배려하는 태도를 키워주는 것, 그리고 자녀가 필요할 때 찾아와 도움을 청하거나 고민을 나룰 수 있도록 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하는 것이 자녀를 지킵니다. 문제 발생 전이나 후에라도.
또 다른 방안은 자녀 주변의 유해한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감시 활동에 대한 지원입니다. 참 쉬운 것처럼 말하면서도 이 해결 방안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두 자녀를 키우는 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오래도록 성교육, 상담 현장에서 체험한 해결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학습이 길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부모가 먼저 정확한 지식을 배우고 잘못된 통념들을 깨며 아이들과 소통할 때 우리의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가진 강한 자녀들이 될 것입니다.

오인옥 기자
2010/10/10 Copyrightⓒ경기복지뉴스